[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방대한 빚 부담을 안고 성장해온 중국이 위험하다. 은행 빚으로 부동산개발에 투자해 성장률 끌어올리기에 바빴던 지방정부는 구멍난 재정 때문에 관할 지역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다. 부채 상환에 허덕이는 국유기업들은 투자를 멈춘 채 빚으로 빚을 갚는 상황만 반복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정부, 기업, 가계 부채를 포함해 지난 30년간 연 평균 10.5% 성장을 한 중국이 짊어진 부채 규모는 100조위안(약 16조3000억달러)이 넘는다. 2008년 국내총생산(GDP)의 130%에서 현재 200% 수준으로 급증했다.
◆지방정부 부채 '눈덩이'..민생불안 키워=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간) 중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한 지역 중 한곳인 구이저우성(貴州省) 구이양(貴陽)이 빚 부담으로 폐허처럼 변해버린 현장을 집중 보도하며 지방정부 부채가 민생불안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이양 피안포(偏坡) 마을 주민들은 지난 1년간 지역 정부가 빚에 허덕이는 사이에 깨진 상수도관으로 인해 물 공급이 끊기고 임금이 체불되며 길거리에 수북하게 쌓인 쓰레기더미를 지켜봐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많은 돈을 들여 건설한 쇼핑몰과 대규모 주상복합 아파트는 텅 비어 관리비 조차 감당을 못 하고 있다. 구이양시에서 뻗어 나온 고속도로는 피안포 마을 입구에서 개발이 멈췄고, 마을에 들어서려면 자갈밭 비포장도로를 달려야 한다. 그동안 지방정부에 돈을 빌려줬던 중국개발은행은 이자도 제대로 못 낸 이 지역에 더 이상 돈을 빌려줄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구이양이 빚 부담에 허덕이게 된 것은 한 때 중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중 한 곳이었던 이 지역이 최근 몇 년간 과도한 개발로 성장률을 높게 유지시키는 과정에서 나왔다. 2011년 구이양 시장이었던 위안저우는 각종 인터뷰에서 15%의 성장률을 자랑이라도 하듯 "높은 지역 경제성장률만이 인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시킬 수 있다"고 외치며 "GDP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지방정부는 5개 지방정부자금조달기구(LGFV)를 통해 은행권으로부터 돈을 빌려 이 자금으로 유령 도시를 만들었다. 지난해 기준 겉으로 드러난 구이양의 부채는 지역 GDP의 17%에 불과하지만, 통계에 잡히지 않는 LGFV가 떠안고 있는 부채를 더하면 부채비율은 3배로 높아진 58%가 된다. 중국 경제전문가들은 구이양 뿐 아니라 중국의 어느 지방정부든 LGFV가 짊어진 부채를 감안할 경우 부채 비율이 40~80% 수준일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기업들 빚 부담으로 투자 줄여..경제성장 저해=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 중국의 부채 부담이 기업들의 투자를 제한해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야기할 수 있다는데 주목했다.
중국에서 현재 철강, 알루미늄 제련, 시멘트 업종은 부채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이익은 좀 처럼 안 나는 대표적 '문제의' 산업군이다. 금융정보제공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이들 업종의 순 부채 비중은 2011년 순이익 대비 10배에서 지난해 30배로 급증했다. 국유 철강회사인 쇼우강(首鋼)의 새 빚을 내서 과거 빚을 청산하는 하루살이 기업으로 전락했다.
지난해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보고서에서 중국의 100대 기업 중 70여 기업이 심각한 ‘재무 리스크’에 직면해 있으며 15개 업종의 107개 중국 대기업 중 80%가 위태로운 상태라고 경고했다.
무거운 부채 부담을 짊어진 기업들은 투자를 줄일 수 밖에 없고 이는 경제성장률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여기서 기업들의 문제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부담을 낮추기 위해 금리를 인상할 경우 더 커진다. WSJ은 중국에서 금리가 1%P 올라갈 때마다 GDP 대비 부채 비율은 2%P씩 올라간다고 추산했다. 2분기 말 현재 기업들의 대출 이자는 연 6.9% 수준이다.
중국이 그동안 부채 문제를 등한시 한 데에는 크게 두 가지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돈을 빌리는 기업, 돈을 빌려주는 은행 모두가 정부 소유인 '국유'기업이라는 점이다. 지방정부와는 달리 중앙정부의 부채 부담이 낮은 것도 또 하나의 믿는 구석으로 작용했다.
빚을 못 갚는 기업들이 속출하면 중국 은행권의 부실대출이 급증하고 정부는 이들에게 대출 제한을 요구할 수 밖에 없다. 중국 은행권의 장부상 여신 규모가 2008년 말 이후 두 배로 급증한 지금 중국 은행 당국이 은행권 신용 증가 억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