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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관리비 ‘감사시스템’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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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3개월 새 30명 입건, 경기도 27건 적발...경찰·지자체까지 나서 단속 관리

[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인천시 중구 모 아파트 관리사무소 경리직원 A씨(42·여).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사무실에 남아 컴퓨터에서 회계프로그램과 수납장부를 조작해 매달 170만∼400만원가량의 관리비를 챙겼다가 최근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A씨가 2008년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5년간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르는 동안 아무도 이를 눈치채지 못했고, 그러는 새 횡령액은 무려 1억8000여만원에 달했다. ‘고양이한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라고 할 수 있었다.

A씨가 오랜기간 관리비를 빼돌릴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회계감사 시스템이 부실했기 때문이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과 관리사무소장이 정기적으로 관리비의 입출금을 확인했다지만 장부상에서 관리비 총액과 잔액만 맞으면 그만이었다.


인천의 또 다른 아파트는 관리규약상 장기수선충당금으로만 적립하게 돼 있는 수입금 중 8400만원을 부녀회 운영비와 선물비로 썼다.

장기수선충당금은 아파트관리비 중 일정액을 적립해 방수·도색·배관·승강기 등 시설 개·보수에 사용해야 하는 돈이다. 따라서 적립된 충당금이 적으면 이들 보수·보강공사가 제때 이뤄지지 못해 전체 입주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전국의 아파트 거주비율은 계속 높아지고 있지만 이처럼 투명하지 못한 회계관리와 감시시스템의 부재 등으로 각종 비리와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관리사무소 직원이나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비를 쌈짓돈처럼 쓰는 것은 물론이고 규정을 위반한 수의계약, 공사비 과다지급, 장기수선충당금의 부당 집행 등이 흔히 일어나고 있다.


인천경찰청은 지난 6월부터 최근까지 아파트 관리 비리 특별단속을 벌여 8건을 적발하고 30명을 입건했으며 33건을 수사중에 있다. 비리유형은 공사·용역업체 금품수수 22건, 관리비 횡령 7건, 입찰비리 3건 등이다.


입건된 이들 가운데는 아파트 알뜰시장에 입점하게 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업자로부터 300만원을 받은 부녀회 임원, 승강기 유지보수 업체 선정 대가로 돈을 받고 허위견적서를 이용해 보험금을 타낸 아파트의 관리소장 등이 포함돼 있다.


또 자신이 아는 업체에 도움을 주기 위해 무상하자보수 기간인데도 수의계약으로 옥상방수 공사를 벌이면서 관리비에서 공사비를 지출한 아파트 입주자대표도 적발됐다.


경찰 관계자는 ’아파트관리비가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데도 이를 걸러 낼 시스템이 미흡해 결국 입주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외부 회계감사나 전문가를 위촉해 관리비가 올바로 걷히고 쓰이는지를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도 최근 2개 아파트단지 관리실태를 시범조사해 부실한 회계처리, 용역사업자 선정 부적정 등 27건을 적발했으며 이달 중에 3곳을 더 조사키로 했다.


‘맑은 아파트 만들기’를 위해 지난 5월 103개 단지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실태조사를 벌인 서울시의 경우 공사·용역관련 비리가 전체 95건 중 56건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공사용역 입찰 전에 전문가 자문을 의무화하고 ‘서울시 공동주택통합정보마당’에 공사계약 등을 공개하기로 했다.


인천시 등 지자체들은 변호사, 회게사, 기술사 등 전문가 등으로 민·관합동 점검반을 구성해 아파트 관리실태 점검에 나서는 등 아파트 관리 비리를 없애기 위한 대책 마련에 활발하다.


비위행위를 적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사무소 직원 등을 대상으로 회계, 법률, 각종 공사에 대한 전문상담과 교육, 자문역할도 수행하게 된다.


인천시 관계자는 “그동안 사적 자치 위주였던 아파트 관리정책에 대해 공공성 강화가 요구되고 있는 만큼 지자체가 투명한 아파트 만들기에 앞장설 것”이라며 “하지만 아파트 관리 비리 척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입주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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