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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천년도시 교토에 있는데 경주에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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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경주 vs 교토.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두 도시는 공교롭게도 닮은꼴이 많다.


우선 한ㆍ일 양국의 옛 수도로 경제ㆍ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1000여년간 했다는 점이 그렇다. 경주는 기원전 57년 박혁거세를 시조로 935년 경순왕까지 992년간 이어진 신라의 수도였다. 교토 역시 794년부터 1869년까지 일본 수도 역할을 했다.

옛 도시 중 흔치 않는 계획도시란 점도 비슷한 부분이다. 경주는 신라시대 당시 도시 전체를 바둑판 모양으로 정리해 조성했고 교토는 중국의 장안을 모방해 만들어졌다.


도시 전체가 유적지라는 말이 손색이 없을 정도로 지금까지 1000년의 역사와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점도 닮았다. 옛 숨결이 그대로 느껴지는 두 도시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두 도시의 겉모습이 이처럼 닮았지만 경제적 실속을 들춰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당장 1000년 역사와 함께 가업을 잇는 장수기업을 따져본다면 경주는 딱히 내놓을 대표 선수가 없다.


반면 교토 1000년 역사에는 주물제작업체 덴라이 코보가 함께 하고 있다. 교토 사찰의 청동상 제작을 맡으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이 주물기업은 최고의 기술자에게 주조 기술을 물려주는 방식을 통해 지금까지 가업을 잇고 있다. 이 결과 1000여년 작은 청동상 제조상에 불과했던 덴라이 코보는 일본 교토 콘서트 홀, 오사카역은 물론 독일 자동차 회사 BMW의 상징물 등을 제작하는 세계적인 장식물 제조기업으로 성장했다.


참 대단한 기업이다. 흔히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고 하지만 어쨌든 명문 장수기업을 보유한 교토도 부럽다. 비슷한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는 경주에 손꼽을 명품 장수기업이 없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기업의 평균 생존기간은 30년 정도라고 한다. 중소기업이라면 생존기간이 이보다 더 짧을 수 있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창업 후 평균 생존기간 이상을 뛰어넘는 성장을 이어가려면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다. 바로 가업승계다. 특히 의사결정권한이 CEO에 집중된 중소기업일수록 원활한 가업승계가 지속적인 성장에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된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을 경영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CEO의 막중한 사명감이 밑바탕 돼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중소기업 현장에 가업승계에 직면한 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현재 중소제조업 CEO 중 60세 이상은 15.5%에 달한다.


중소제조업 CEO의 고령화로 가업승계가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만큼 더는 이를 중기업계만의 문제로 치부해선 안 된다. 대한민국 경제의 토대가 되는 중소기업의 가업승계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 경제호'의 결과가 판이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교토의 덴라이 코보처럼 100년을 넘어 1000년 이상 지속되는 기업이 늘어나야 대한민국 경제도 탄탄해질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원활하게 가업을 이을 수 있는 승계제도를 만들어 지원할 필요가 있다. 가업을 승계하는 후손들도 부가 아닌 책임의 대물림이란 사명감을 갖고 깨끗한 바통터치를 해야 한다. 1000년 기업을 갖고 있는 교토를 마냥 부러워만 할 수 없지 않겠는가.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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