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의 부동산 재벌 황누보(黃怒波) 중쿤그룹(中坤集團) 회장(57ㆍ사진)은 잠깐 접어놓았던 아이슬란드 리조트 개발 계획을 다시 추진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에 요즘 부풀어 있다. 지난 4월 아이슬란드의 총선 결과 정권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황은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회견에서 "아이슬란드 정부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듣게 되면 계획에 바로 착수할 것"이라면서 "이미 아이슬란드 정부의 결정에 대응할 준비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황은 2011년 2억달러(약 2238억원)에 아이슬란드 동북부 황무지 300㎢를 사들여 호텔ㆍ골프장이 딸린 리조트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의 토지 소유권을 불허하는 아이슬란드 정부의 반대에 부닥쳐 포기해야 했다. 투자 받기로 돼 있던 현지 지방정부가 토지를 대신 매입한 뒤 종쿤그룹에 임대해 개발하겠다고 나섰지만 이도 거부당했다.
그러던 중 지난 4월 아이슬란드 총선에서 '긴축보다 성장'을 앞세운 독립-진보당 연립내각이 정권 탈환에 성공했다. 이후 각종 법 개정에 가속도가 붙어 희망이 싹텄다. 새 정권은 외국인 투자자가 현지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외국인 투자 제한법 개정을 검토할 방침이다.
아이슬란드 내무부의 기슬리 발도슨 대변인은 "최근 한나 크리스트얀스도티르 내무장관이 황과 만나 아이슬란드의 현행 투자법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전달했다"면서 "법 개정에 대한 검토는 오는 겨울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이슬란드는 외국인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아이슬란드는 지난달 국제 신용평가업체 스탠더드앤푸어스(S&P)로부터 신용등급(BBB-) 전망이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하향 조정됐다.
시그문두르 다비드 군뢰이그손 아이슬란드 총리는 국내총생산(GDP)이 140억달러에 불과한 자국 경제가 성장하려면 이를 자극할 외국인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아이슬란드가 지난 4월 유럽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점도 긍정적이다.
황은 아이슬란드 새 정부가 외국인의 토지 소유는 허가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토지를 임차해 사업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승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황은 부동산 업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통한다. 그가 1995년 설립한 중쿤그룹만 1996년 안후이성(安徽省) 황산(黃山) 개발에 나섰다 2000년 황산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면서 '대박'을 터뜨렸다. 황은 재산은 10억2000만달러 정도로 2011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 선정 중국 400대 부자 순위에서 129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베이징(北京) 대학 중문학과 출신인 황은 필명 '뤄잉(駱英)'으로 활동하는 시인이기도 하다. 1992년 시집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말아요(不要再愛我)'로 등단한 그는 '우울함을 거절하다(拒絶憂郁)' 등 여러 시집을 냈다. 한국에서도 '작은 토끼'라는 시집이 2011년 번역ㆍ발간됐을 정도로 황은 문학적 감성을 지닌 투자자로 유명하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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