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존관리인유지제도 강화' 개정안 발의
법사위에 '은행권 취합' 의견 제출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국회에서 기존관리인유지제도(DIP) 강화를 주요 골자로 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통합도산법)' 개정안이 발의된 가운데 금융권이 '법정관리 신청시 기존 경영진이 아닌 제3자에게 원칙적으로 맡겨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기존경영진을 유지할 경우 공동관리인이나 감사는 채권은행이 임명하는 자로 해야 한다'는 지금까지의 입장과 상당히 달라진 모습이다. 사실상 'DIP제도를 없애자'는 의미로 볼 수 있어 통합도산법 주무부처인 법무부의 반발이 예상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달 초 주영순 의원(새누리당)이 발의한 '통합도산법 개정안'에 대한 은행들의 의견을 취합해 '법정관리에 돌입하면 제3자가 원칙적으로 경영을 맡아야 한다'는 최종 입장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했다.
주 의원은 지난달 말 '법정관리시 기존 경영자에 경영을 맡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채권자의 이익이 반하는 행위를 할 때 제3자를 임명할 수 있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고, 국회 법사위는 관련부처인 법무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에 의견을 요청한 바 있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개정안에 따르면 제3자를 임명하기 위해서는 채권은행이 기존경영자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나 재산유용 은닉 등을 규명해야 가능한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원칙적으로 법원이 임명하는 제3자가 경영을 맡되 기존 경영자가 부실책임이 없거나 기존 경영자 노하우를 활용하는 경우를 예외로 두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06년에 DIP제도가 도입됐는데, 은행권은 그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 관계자도 "채권자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증명할 수 없는 만큼 (개정안이) 기존 제도와 다른 점은 없다"고 밝혔다.
DIP는 2006년 통합도산법과 함께 도입되면서 법정관리 활성화에 기여했다. 2006년 76건에서 2012년 803건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기존경영진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회사 사정을 잘 아는 만큼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닌 반면, 오너나 경영진이 경영권을 유지한 채 채무탕감이나 이자감면을 받을 수 있다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은 특히 채권단과 협의 없이 법정관리 신청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 문제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금감원과 달리 금융위는 발의 법안에 대해 'DIP제도 개선에 대해 이견이 없다'정도의 짤막한 내용으로 의견을 밝혔다. 금융위는 지난 12일 법사위에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감원과 달리 금융위는 정부조직에 속해 있고, DIP 담당 부처가 법무부인 만큼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기가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