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 정부가 은행권의 대출 제한을 압박하고 있지만 은행들이 정부의 감시망을 요리조리 피하고 있어 정부-은행 간 쫓고 쫓기는 게임이 계속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중국 은행들이 다른 금융기관과 짜고 수면 아래에서 기업에 대출해 준 자금이 2조위안(약 3260억달러)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특히 중소규모 은행들의 장부 외 대출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이렇게 대출된 자금 대부분은 자금압박이 심한 선박 및 철강 업체들과 지방정부의 손에 들어가 상환이 어려울 수 있지만 장부 상에는 전혀 리스크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피치의 샤를린 추 중국 담당 애널리스트는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중국 은행들이 정부의 대출 제한 감시망을 피하는 방법이 점점 더 교묘해지고 복잡해지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리스크 숨기기'는 다른 은행과 신탁회사가 관여한다. A은행은 A기업에 대출을 할 때 정부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예대율이 낮은 B은행에 자금을 빌려주는 척 가장한다. 은행 당국이 리스크가 적은 은행간 대출에는 별도의 규제를 두지 않는 구멍을 이용한 것이다. 현 규정은 은행들의 예금 대비 대출 비율이 75%를 넘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B은행은 수수료를 받는 댓가로 A은행의 대출금을 B기업에 대출해주고 B기업은 신탁회사 자산관리 상품을 가입하는 방식으로 대출금을 신탁회사에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B기업도 수수료를 챙긴다. 신탁회사는 이 자금을 다시 A기업에 대출해준다.
한 신탁회사 관계자는 "우리가 하는 업무 가운데 30%는 이러한 은행권 장부외 대출과 관련한 업무"라면서 "2분기에 1조~2조 위안 정도가 신탁회사를 통한 기업대출이었다"고 추정했다.
WSJ은 중소 은행인 충칭농촌상업은행과 싱예은행이 이러한 방법으로 기업 대출을 하는 대표적인 은행이라고 지적했다. 싱예은행의 경우 2분기 신탁회사 등을 통한 장부외 거래 규모는 전체 은행 대출의 32%를 차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자들의 은행권에 대한 신뢰는 바닥에 떨어진 상황. 투자자들은 은행들이 손실을 떠안고 있는 부실대출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은행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 현재 중국과 홍콩 주식시장에서 은행 상당수가 장부가액 보다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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