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선 간이 사다리에서 펜치로 전선을 까며/그가 물었다./작가세요? 히트한 거 있나요?/그간 전심전력 돌직구를 날렸지만,/쉽게쉽게 단숨에 안 읽히는/정품이라고/누구 하나 말 안 걸더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그러나 정작 히트할/세상 정곡은/어디?//허드레 농담이 진지하게 떨어져 뒹구는/거실바닥 지금 구리철사 잇는 그 발 밑?//팔릴 리 없는 서가의 내 책들이 등짝 돌리고 섰는,/홀로움 하나쯤은 데리고 놀아야 작가란/그 앙가슴 내부?/갈아 단 천정 등이 대오각성 환하게 깜박 켜졌다 꺼진다.
홍신선의 '히트한 거 있나요'
■ 이런 질문 받으면, 참 환장할 노릇이리라. 내가 누구라고 설명해야 하는 머릿속이 형광등같이 하얘질 때, 잃어버린 자잘한 나사를 찾아 헤매는 눈처럼 초점이 튀리라. 세상의 작가는 히트한 것 있는 이와 없는 이로 나눠지고, 히트한 실적을 내세워 전기기사에게 스파크를 일으키지 못하는 시인은 시인도 아니다? 그런 난폭한 분류 앞에서, 시인은 슬그머니 시가 뿌려져야 하는 밭에 항의한다. 대체 어디에다 던져 히트해야 한단 말이냐? 전심전력 날린 돌직구였지만 그 질문이 떠올리고 있는 '히트'와는 거리가 있는 곳으로 던진 건 인정하마. 하지만 정작 히트할 정곡은 어디 있는가. 뭘 찔러야 하는가. 허드레 농담으로 건넨 그 '히트'가 함의하는 그곳으로 내가 옮겨 가야겠는가? 아니면 나의 시들이 등짝 돌려 서 있는 서재를 '소요유'하는 고독의 빅히트, 자기 스스로의 앙가슴에 꽂히는 그 히트에서 흐트러지지 말아야겠는가? 대체 무엇이 히트송인가. 그때 기사가 만지고 있던 전선이 연결되면서 전등불이 번쩍 들어온다. 히트한 게 있나요, 이 불심검문에 나라면 뭐라고 말하겠는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