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뮤지컬페스티벌 참여.. 韓 문화콘텐츠 전도사역 자처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올해로 탄생 35주년을 맞는 '아뮤즈(amuse)'는 일본 최대 규모의 종합엔터테인먼트 그룹이다. 쉽게 생각해 일본의 SM이나 YG라고 생각하면 된다. 소속 아티스트들만 300팀이 넘는데, 우리에게 친근한 배우 '우에노 주리'와 '후카츠 에리', 일본의 대표 밴드 '사잔 올 스타즈' 등이 소속돼있다. 무엇보다 아뮤즈의 오사토 요키치 회장(사진)은 한국의 문화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각별해 일본 내에서도 '한류 전도사'를 자처한다.
8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에서 열린 '제2회 서울뮤지컬페스티벌'에 참여한 오사토 요키치 회장은 한국의 음악, 영화, 드라마 등 많은 문화 콘텐츠를 지켜봤지만 특히나 "한국 연극계의 메카 '대학로'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고백했다. "그 좁은 공간에 100개가 넘는 극장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게다가 거기서 공연되는 대부분의 뮤지컬들은 창작물, 즉 '오리지널'이어서 더더욱 감탄했다. 대학로가 어떻게 공연문화의 핵심 장소가 됐는지 모르지만, 이 판단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대학로 문화'에 흠뻑 빠져든 오사토 회장은 곧 지난 4월 일본 도쿄 롯본기에다 900여개 좌석 규모의 극장을 세우고 '아뮤즈 뮤지컬 시어터'라고 이름을 붙였다. "대학로를 드나들면서 내 개인의 독단과 편견으로(웃음) 인상깊게 봤던 작품을 일본 관객들에게도 소개하고 싶다"는 게 설립 이유였다. 지금까지 '아뮤즈 뮤지컬 시어터'를 통해 공개된 한국 작품은 '카페인', '싱글즈', '풍월주' 등이다. "일본에서는 아직 뮤지컬 시장이 작은데, 한국의 수준있는 작품들을 일본으로 가져오고 싶었다"는 오사토 회장은 "이 극장이 한국과 일본이 함께 작업하는 상징적인 공간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오사토 회장이 처음으로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7년 서울을 첫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프로듀서 김창환을 만나게 되고, 이어서 소개받은 가수가 '클론'이었다. 이후 그는 '클론'을 일본에 소개해주고, 또 당시 아뮤즈 소속 가수들의 작업을 김창환에게 맡기기도 했다. 음악을 계기로 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접하게 됐지만 곧 영화, 드라마 부문에도 눈을 돌렸다. 당시 한류가 형성되기도 전에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엽기적인 그녀' 등을 일본에 배급했다.
"'쉬리'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전 한국영화들이 10만 관객을 채 넘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당시 '100만명 기록'은 엄청난 것이었다. 또 당시 분위기가 한일월드컵과 '겨울연가' 등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전에는 일본인들의 최고 관광지는 하와이였는데, 2000년대 들어서는 많은 사람들이 한국을 방문했다. '쉬리'의 성공이 한류의 시초가 아닐까."
이밖에도 '내 이름은 김삼순', '커피프린스 1호점', '베토벤 바이러스' 등 드라마도 일본에 배급했으며, 최근에는 CJ E&M과 펀드를 조성해 보다 적극적인 교류에 나서고 있다. 오사토 회장은 "일본은 몇 천년 전부터 한반도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영향을 받아왔다. 이 과정에서 내가 할 일은 한국 아티스트들이 가지고 있는 훌륭한 감각과 표현력을 일본에 전달하는 일이다. 문화를 통해 서로간의 우정과 이해를 심화시키고, 앞으로도 더욱 이런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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