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연이은 악재에 '유구무언'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CJ그룹의 위기보다 우리 조직의 위상 추락이 더 심각합니다. 가장 큰 피해 집단이 국세청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직원들의 심정은 참담합니다. 2만명에 이르는 국세청 직원 모두가 죄인 취급을 당하는 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국세청의 위상이 '회복 불능' 지경으로 추락했다. CJ그룹 로비 후폭풍에 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검찰 조사를 받은 데 이어 송광조 서울지방국세청장이 스스로 물러났다.

특히 국세청은 서열 2위에 해당하는 현직 청장이 CJ그룹 비리에 연루된 혐의를 인정하고 사의를 밝혔다는 데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국세청의 한 직원은 "요즘에는 국세청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얼굴을 제대로 들기 힘들다"며 "가족이나 친지들 보기도 민망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CJ그룹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세무조사를 무마한 자체도 망신이지만 국세청 내부 출신 사이의 폭로전은 점입가경의 모양새다. 검찰은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전 전 청장의 수뢰 혐의를 포착했다. 검찰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당시 허씨를 통해 전 전 청장에게 금품 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봤고, 전 전 청장이 국세청장으로 취임한 2006년 7월께 CJ그룹 측에서 30만달러와 고가의 명품 시계를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1일 긴급 체포했다.

송 청장은 검찰이 밝힌 대로 형사처벌 수준의 비리는 저지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직이라는 점에서 조직의 위상에는 큰 상처를 입혔다. 송 청장은 검찰 조사를 받은 지 5일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은 최근 "CJ 금품 로비 의혹 수사 과정에서 송 청장의 부적절한 처신이 발견됐다"며 국세청에 비위 사실을 통보했다.

문제는 현재 수준에서 CJ그룹 로비 후폭풍이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검찰은 국세청 현직 직원 가운데서도 정기적으로 골프 접대 등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직원은 "고위직 몇 명이 저지른 일에 조직 전체가 흔들리는 분위기"라며 "뼈를 깎는 심정으로 고강도 자정 노력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