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서울신라호텔 비즈니스디럭스룸을 예약한 A씨. 일반룸을 사용하는 고객들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1층에서 체크인을 하지만 이그제큐티브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는 A씨는 곧바로 호텔 꼭대기층인 23층으로 올라가 호텔 직원의 1:1안내를 받으며 프라이빗 체크인을 한다. 객실에 들어서면 최고급 거위털 패드가 들어간 침대와 55인치 대형 스마트TV가 눈길을 끈다. 국내 호텔 중 최대 크기다. 짐을 풀고 신라호텔의 야심작, 야외수영장 '어번아일랜드'에 들어서니 해외 럭셔리 리조트 야외수영장에 온 듯하다. 물 온도는 28도로 맞춰져 서울 특급호텔 중 최초로 4계절 운영된다. 가격은 1박에 75만원. 세금, 봉사료 포함해 90만원을 냈다.
31일 서울신라호텔이 약 7개월간의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거치고 새 단장한 모습을 공개했다. 이번 리노베이션에 총 835억원을 들인 서울신라호텔은 한국은 물론 아시아 1위 글로벌럭셔리호텔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가장 먼저 객실은 기존에 가장 규모가 작았던 8평(26.45㎡) 크기의 수페리어룸을 없애고 11평짜리 디럭스룸(36㎡)과 16평짜리 그랜드 디럭스룸(53㎡) 사이에 13평짜리 비즈니스 디럭스룸(43㎡)을 신설했다. 각 객실마다 55인치와 65인치 대형 삼성스마트TV를 구비해놓았으며 객실 내 바에는 몰트위스키, 조니워커 등을 구비해놓아 기존 미니바의 상식을 뒤엎었다. 침대는 친환경 소재를 사용, 최고급 거위털 패드를 추가했다. 최태영 신라호텔 총지배인은 "아시아 톱이라는 목표를 세운만큼 침대 하나까지도 많은 정성을 쏟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만큼 가격도 높아졌다. 리노베이션 전에는 가장 저렴했던 객실이 45만원이었지만 현재는 60만원으로 올랐다. 세금, 봉사료 포함시 70만원대를 호가한다. 이그제큐티브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디럭스룸은 세금 포함 90만원이다. 20평(66㎡)인 코너스위트는 140만원대이며 가장 비싼 객실인 프레지덴셜스위트는 하룻밤에 1400만원이다.
이번 리노베이션에 가장 공을 들였다는 야외수영장 '어번 아일랜드'에 들어서자 해외 최고급 리조트 분위기가 물씬 났다. 서울 특급 호텔 최초로 온수풀을 설비, 상시 28도로 물온도를 유지하며 사계절 운영한다. 또한 다이닝과 바, 럭셔리 카바나를 설치해 수영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야외활동까지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남산으로 산책로까지 뻗어있어 도심 속 휴식을 취하기에 충분하다.
다만 도심 호텔이라는 한계로 규모가 다소 협소해 탁 트인 공간을 기대하긴 어렵다. 신라호텔은 대신 카바나를 층층이 설치, 전망과 공간을 최대한 확보했다. 투숙객이라도 카바나 이용금액은 별도다. 유료로 운영되는 카바나는 총 13동. 대여료는 한 동에 30만원부터 60만원대로 객실비와 맞먹는다.
세계적인 글로벌럭셔리 호텔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핵심요소라는 '이그제큐티브 라운지'도 이번 개보수에서 기대가 컸던 부분 중 하나였다. 신라호텔은 기존에 14층부터 20층 사이에 나뉘어 있던 이그제큐티브 라운지를 통합해 호텔 꼭대기 층인 23층으로 옮겼다. 일반룸 사용객은 1층에서 체크인을 하지만 이그제큐티브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는 고객들은 이곳에서 따로 체크인을 한다.
같은 층에는 한식당이 9년만에 문을 열었다. '연회를 펼친다'는 의미의 라연(羅宴)은 최고의 한식 정찬을 콘셉트로 한다. 그러나 23층에 레스토랑 콘티넨탈과 이그제큐티브라운지가 함께 들어서서인지 규모는 예상보다 작아 좌석이 40개에 불과했다. 기존 80석이던 서라벌 때보다 규모는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단체룸은 단 1개. 당초 신라호텔은 경쟁사의 한식당처럼 만들지는 않겠다며 공언했지만 신라호텔만의 특색을 찾기는 어렵다. 제철 식재료 공수,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메뉴 등은 다른 한식당들도 공통적으로 내놓는 설명이기 때문. 예약제로 운영하기에 소규모로 맞췄다고 하지만 롯데호텔의 한식당 무궁화도 예약제이지만 좌석은 96석, 별실은 7개다.
시설과 서비스면에서는 최고를 구현했다. 피트니스클럽은 잭 웰치나 조지 소로스 같은 세계 거장을 직접 트레이닝하는 뉴욕의 '시타라스 피트니스'와 제휴해 글로벌 피트니스의 면모를 갖췄으며 공항 리무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단 차량을 국내 최초로 모두 벤츠S500 시리즈로 교체, 하이엔드 고객의 수요를 만족시키고자 했다.
허병훈 서울·제주신라호텔 사업부 총괄사업부장은 "2006년 진행한 로비, 레스토랑, 연회장 리뉴얼이 '일류화의 시작'이었다면 올해 이뤄진 리노베이션은 '일류화의 완성'이라는 의미를 지닌다"며 "시설의 일류화만큼이나 상품, 서비스의 일류화도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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