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최근 디 오픈(브리티시오픈) 대회가 진행된 스코틀랜드 뮤어필드 골프클럽. 언뜻 골프장과 어울리지 않는 건설기계ㆍ중장비 전시장이 클럽 한켠에 자리잡고 있다.
올해로 4년째 공식 후원사(patrons)를 맡고 있는 두산이 대회가 열리는 기간에 운영하는 전시장이다. 대회가 열리는 에든버러에서는 두산의 로고가 박힌 버스가 시내 곳곳을 돌아다닌다. 두산은 왜 세계 최고(最古)의 대회라는 디 오픈을 후원하는 것일까.
올림픽이나 월드컵, 엑스포 같은 글로벌 이벤트를 비롯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각종 국제 행사는 그 자체로 파급력이 막강한 마케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어떤 국제 행사에 어떤 기업이 후원하는냐 하는 것은 단순 마케팅을 넘어 해당 기업의 미래전략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 10여년간 급속히 변화한 두산이 디 오픈을 후원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두산은 과거 국내 소비자를 겨냥한 소비재기업에서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인프라스트럭처기업으로 바뀌면서 유럽과 미주 등 해외 기업을 적극적으로 인수합병해 왔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브랜드 분석업체인 레퓨컴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지난해 대회기간 TV중계로 인해 회사 로고가 노출된 효과만 160억원 이상으로 추산됐다"며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2010년 이후 꾸준히 후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두산을 비롯해 HSBC, 마스터카드, 벤츠, 니콘, NTT데이터, 랄프로렌, 롤렉스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디 오픈을 후원했다. 후원금액은 비밀이다. 영국왕실골프협회와 비밀유지계약을 맺은 탓이다. 업계에서는 디 오픈 후원금액이 수십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두산의 주력분야인 플랜트ㆍ발전설비 수주사업이나 건설ㆍ중장비 분야가 특정소수 VIP를 겨냥하고 있는 사업인 만큼 고객관리 측면에서도 디 오픈 효과는 상당하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해 이어 올해 두번째로 대회기간에 맞춰 개최한 두산글로벌비즈니스포럼에는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 폴 크루그먼 미 프린스턴대 교수 등 글로벌 오피니언리더들이 모여 최근의 경제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2007년부터 국제기능올림픽을 후원해 오던 삼성전자는 올해 처음으로 국제기능올림픽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다. 이는 삼성이 제조업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기술ㆍ연구개발에 매진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올림픽 공식후원사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1억달러를 협찬금액으로 내야하지만 자리다툼은 해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컬럼비아대학 사내연구소가 2000년대 후반 1500만달러 이상 마케팅비용을 조사한 기업 50여곳을 조사한 결과, 스포츠마케팅에 더 많은 비중을 둔 기업의 순이익이 20% 이상 높게 나타났다. 특히 올림픽의 경우 비용대비 브랜드인지도 상승효과가 일반적인 마케팅에 비해 3배에 달했다.
박준홍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올림픽이 좋은 마케팅의 기회이지만 B2B기업 성공사례는 많지 않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이 국제무대에서 위상이 올라가면서 굵직한 행사를 주최하는 쪽에서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는 일도 있다. 2015년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밀라노 엑스포의 조직위원회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삼성전자가 공식후원사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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