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최근 수년간 중국의 단체 관광객들은 침체된 유럽 경제의 구세주였다. 이들 중국인들이 단체로 관광버스를 타고 파리와 밀라노 등 유럽 주요 도시의 명품 매장에 들러 값비싼 핸드백과 구두를 사들이면서 유럽 재정난에 숨통을 터준 것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인들의 해외여행 방식이 바뀌면서 유럽 명품 시장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23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분석을 토대로 2020년까지 중국인 개별 여행객의 구매력이 단체 관광객을 넘어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개별 여행자들이 여행에서 쓰는 숙박과 음식, 쇼핑 등의 비용이 단체 관광객 보다 많아질 것이라는 의미다.
최근 수년간 여행사들이 조직한 중국인 단체여행이 늘면서 중국인들의 해외 소비도 급증했다. 지난해 중국인들이 해외여행에 쓴 비용은 1020억달러로 전년대비 40% 급증했다.유엔세계관광기구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해외여행 지출에서 1,2위를 기록한 독일과 미국을 넘어섰다.
아직까지는 중국 관광객 대부분이 단체관광을 이용한다. 중국인 개별여행객은 여전히 소수다. 하지만 중국 중산층이 늘면서 더 많은 중국인들이 개별여행에 나설 것으로 전망됐다.
여행방식의 전환은 이미 중국인들의 해외 명품 구매를 둔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금환불 서비스업체 글로벌 블루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중국인 쇼핑객이 유럽에서 쓴 비용은 전년대비 18%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69% 성장률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중국인들이 명품구매가 둔화된 것은 많은 중국인 여행객들이 이미 해외여행을 경험한데서 비롯됐다. 두 번째 해외여행에 나선 중국인들은 더 이상 쇼핑이 아닌 색다른 경험을 원하고 있다고 저널은 설명했다. 이들이 버스투어를 신청하지 않는 점도 럭셔리 시장에 치명타가 됐다. 글로벌 블루의 마넬릭 슈페즈 마케팅 책임자는 “많은 럭셔리 브랜드리 중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사업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중국인 관광 가이드들과 사업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도 쇼핑 보다는 포도농장 여행 등을 선호하는 것도 부진한 명품 구매로 이어졌다. 중국 온라인 여행사인 투니우(Tuniu)의 코너 양 CEO는 "대부분의 중국 관광객들이 핸드백을 비롯해 다른 명품제품을 갖고있다"면서 "이들은 쇼핑이 아닌 다른 것도 원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중국 관광객들은 글로벌 관광산업에서 중요한 고객이다. 하지만 최근 개별 여행에 나서는 중국인들은 유럽의 럭셔리 제품을 싹쓸이하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 비해 더 까다롭다. 이들을 명품매장으로 유인하기 위해선 중국어 직원을 더 배치하는 등의 세심함이 필요하다고 뉴욕 소재 여행마케팅업체 어피너티 차이나(Affinity China)의 크리스틴 루 최고경영자(CEO)는 지적했다.
지연진 기자 gyj@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