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행복연금위원회가 내년 7월부터 시행할 기초연금을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 하위 70~80%에만 지급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연금액은 최고 20만원으로 모두에게 일률적으로 줄지, 또는 소득 인정액 등에 따라 차등 지급할지 등 구체 방안은 결정을 미뤘다. 위원회는 어제 이 같은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말은 합의문이지만 몇 가지 복수안을 정리한 정도다.
정부는 위원회안을 토대로 8월 말까지 정부안을 만들어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위원회의 복수안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한 달에 20만원씩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어느 방안으로 정해지든 박 대통령의 보편적 지급 약속은 선별적 차등 지급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대선 공약 후퇴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공약안 수정의 명분은 재정 형편의 고려다. 위원회는 "대통령이 공약을 내놓은 6개월 전보다 더 악화된 경제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노인 인구 급증 추세에서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줄 경우 도저히 재정이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약안대로 하면 2014~2017년에만 44조3000억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소득 하위 70%에게 차등 지급하면 10조원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재정 형편이나 경제 상황 악화 등을 이유로 공약을 수정하겠다는 것은 궁색하다. 6개월 전에는 경제 상황을 낙관하고 있었다는 것인가.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리라는 것은 당시 상식이었다. 아니면 어려운 것을 알면서 표를 얻자고 장밋빛 공약을 남발한 것인가. 증세 없이 복지를 구현하겠다고 한 것은 재정 확보에 자신이 있었다는 얘기 아니었던가.
국민과 약속한 박 대통령의 복지 공약이 하나둘 후퇴하고 있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앞서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 부담안이 크게 수정됐다. 무상보육 확대도 지방자치단체 예산 부족으로 언제 차질이 빚어질지 모른다. 물론 나라 재정 등을 감안할 때 공약을 불가피하게 수정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최소한 국민에 그 이유를 납득시키는 게 책임 있는 정치인의 도리다. 박 대통령은 공약 수정의 이유를 소상하게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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