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감사원은 헌법기관이다. 외부의 간섭과 영향에도 휘둘리지 말고 정부의 불법ㆍ비리 감시 활동을 엄정하게 이행하라는 의미다. 여기에서 외부는 행정부까지도 포괄한다.
그러나 감사 내용을 최종 심의ㆍ의결하는 감사위원회는 감사원장을 포함 7명의 감사위원들로 구성되는데 이들 모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구조적으로 행정부와 독립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론적으로는 독립적이나 현실적으로는 정권에 휘둘리기 쉽다. 그렇다면 그 정체성은 감사원 스스로 찾아야 한다. 자존심을 세우는 것도 감사원의 몫이다.
그런데 요즘 감사원의 행태를 보면 존재 이유와 목적을 다 잊은 듯하다. 헌법에 보장된 독립성을 유지ㆍ강화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권력의 눈치를 살피느라 독립성은 물론 정치적 중립성마저 내던졌다.
지난 3년 6개월간 세 차례 발표된 4대강 사업의 감사 결과가 이를 대변한다.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전 정권의 힘이 시퍼럴 땐 '별다른 문제가 없다'며 얼버무리더니 새 정권이 들어서자 '문제 투성이'라며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180도 바꿨다.
기업에는 사외이사 제도가 있다. 대주주와 관련이 없는 사람을 이사회에 참가시켜 대주주의 전횡을 방지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정부는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둬야 한다"며 이 제도를 독려한다.
그런데 정부에서 사외이사 역할을 해야 할 감사원이 대주주(대통령)의 눈치를 보며 코드감사, 정치감사를 일삼는다면 어떤 기업이 정부의 권고를 순순히 받아들이겠는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격이다.
감사원의 역할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국민이 늘어날수록 감사원의 입지는 좁아질 뿐이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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