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일명 ‘제2의 시신없는 살인사건’이라 불리며 화제가 된 굴삭기 생매장 사건의 피고인에게 징역 13년이 확정됐다.
원심 선고 당시 피고인이 재판부를 향해 "13년이 장난입니까?"라고 항의하면서 이 사건은 더 널리 알려졌으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오류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11일 빌린 돈을 갚으라고 재촉하는 직장 동료 조모씨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기소돼 원심에서 징역 13년형 선고받은 굴삭기 운전기사 박모씨(42)의 상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시체가 발견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피해자의 사망이 살해의사를 가진 박씨의 행위로 인한 것임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이 됐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이 사건 1심은 참여재판으로 진행됐으며 배심원 9명은 오랜 시간 재판 끝에 만장일치로 유죄의견을 냈다. 재판부도 배심원의 평결을 받아들여 “피해자의 사체가 발견되지 않아 살해사실을 인정할 직접 증거는 없지만 여러 간접 증거로 유죄를 인정할 수 있다”며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핵심 증언의 신빙성이 높고 박씨가 매일같이 보아온 피해자가 실종된 후 찾지 않은 정황들이 유죄사실을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박씨는 ‘조씨가 생존해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항소했으나 기각됐다.
이 사건은 지난해 9월 서울지방경찰청 강력계로 걸려온 제보전화로 수사가 시작됐다. 조선족 이모씨(34)는 자신과 동거하던 일용직 굴삭기 기사 박씨가 조씨를 산 채로 땅에 묻었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즉시 수사를 시작해 박씨의 자백을 받아내고 그가 지목한 경기도 용인의 한 포도밭을 파헤쳤으나 사체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은 정황 증거가 충분하다고 보고 박씨를 살인혐의로 기소했다.
2007년 경기도 용인에서 일용직 중장비 기사 일을 하던 박씨는 조씨와 함께 공사현장에 중장비 기사를 공급하는 사무실을 운영하기로 했다. 박씨는 사업자금 명목으로 조씨로부터 1290만원을 빌렸으나 사업은 진전이 없었다. 이에 조씨가 “투자한 돈을 갚지 않으면 사기죄로 고소하겠다”고 하자 격분한 박씨는 그를 공사현장의 구덩이에 매장한 혐의를 받았다.
박나영 기자 boh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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