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미국에서 쇠고기를 사 먹기가 점점 더 힘들어질 전망이다.
미국의 소 사육 두수가 8930만마리로 1950년대 이후 최저를 기록 중이라고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가 최근 보도했다.
공급이 줄면서 슈퍼에서 파는 쇠고기 가격은 사상 최고를 기록 중이다. 2009년 파운드당 16.22달러에 팔리던 티본 스테이크는 현재 19.61달러에 팔린다. 같은 기간 포터하우스 스테이크의 가격은 16.96달러에서 20.53달러로 뛰었다. 뉴욕의 유명 레스토랑인 미네타 타번(Minetta Tavern)은 2009년 90달러에 팔던 등심 스테이크 한 접시를 지금 140달러에 팔고 있다.
가격이 오르면 소 사육 농가들의 공급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가격이 다시 안정을 찾는 것이 시장 원리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을 듯 하다.
수년간 이어진 가뭄으로 소를 사육할 수 있는 환경은 척박해졌고 사료값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콜로라도에서 5000에이커 규모의 목장을 운영하고 있는 제럴드 슈라이버는 최근 자신의 미래가 걱정스러울 정도로 목장의 풀밭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그가 키우는 소 숫자는 지난해 250마리에서 200마리로 줄었다.
치솟는 사룟값도 걱정거리다. 2005년 부셸당 2달러였던 옥수수 가격은 지금은 거의 8달러에 육박했다. 사일리지(가축의 겨울 먹이로 말리지 않은 채 저장하는 풀) 가격도 지난 몇 년 사이 두 배로 뛰었다. 당연히 사료값도 치솟았다.
슈라이버는 봄에 태어난 송아지를 키워 가을에 도축업자에게 팔 때까지 800달러 가량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550파운드짜리 송아지로 키워서 판 뒤 떨어지는 수익은 825달러에 불과하다. 이익률이 3%를 겨우 넘는 셈이다.
그는 소를 키우는 것이 이처럼 힘든 줄 미리 알았더라면 벌써 자신이 기르는 소의 절반은 이미 처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 목축업을 하다 때려치우고 숙박업을 하고 있는 베스 크레이그와 존 크레이그 부부는 올해의 경우 파운드당 1.70달러에 소를 키워 파운드당 1.35달러에 팔아 손해를 보는 상황이었다며 그래서 소 키우는 것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가뭄과 사료값 상승 외에 목축업자들을 어렵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은 쇠고기 가공 시장이 과점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간 업계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4개의 대형 식품 가공업체 JBS, 타이슨 푸즈, 카길, 내셔널 비프 패킹는 미국에서 도축되는 소의 80%를 가공처리할 정도로 시장 지배력이 커졌다. 이들의 영향력 확대는 슈라이버와 같은 목축업자들의 수익 감소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미 농업부가 시장을 좀더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지난해 하원에서 부결되고 말았다.
본인이 한 때 농장주였던 존 테스터 상원의원(민주당·몬태나)은 목축업자들의 생계가 걱정스럽다며 법안을 다시 상정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하원이 다시 법안을 부결시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하고 있다.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식품 가공업체들은 이미 시장의 규제가 너무 심해 가격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고 자신들의 시장 점유율도 크게 높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병희 기자 nut@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