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실물정책 총괄…직원 3만명
최근 성장률 둔화에 역할 더 커질 듯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에서 휘발유 가격, 택시 기본 요금, 현재 건설 중인 상하이(上海) 디즈니랜드의 규모를 결정하고 각종 투자 프로젝트를 승인하는 '실세' 부처가 국무원 산하 국가발전개혁위원회(國家發展和改革委員會ㆍ이하 발개위)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 주간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중국 경제의 성장속도가 현저히 느려지면서 발개위 움직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중국 경제정책의 산실인 발개위가 얼마나 더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경제상황에 달려 있다. 성장에 '빨간불'이 켜지면 발개위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처럼 신규 프로젝트를 대거 통과시켜 경기부양에 앞장 설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발개위가 주도할 경제 구조조정은 경제모델을 더 합리적으로 전환해 경제의 질적 발전에 도움이 될 듯하다.
발개위는 중국의 거시ㆍ실물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수석 부처다. 표면적으로는 국무원 밑에서 정책결정의 자문역을 맡고 있지만 실제로는 8조5000억달러(약 9804조원) 규모의 각종 정책을 쥐락펴락하는 실세 부처다.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경쟁자'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발개위 직원만 3만명이다.
현재 발개위는 정부 역할 축소를 원하는 리 총리의 힘에 밀려 잠시 고개 숙인 것처럼 보인다. 국무원은 지난달 117건의 행정 승인을 하급 부처에 위임했다. 승인 절차 간소화를 위해서다. 그 결과 국무원이 지난달 승인한 신규 프로젝트는 4건에 불과했다. 1년 전 239건에서 크게 감소한 것이다. 국무원은 지난달 발개위가 내놓은 도시화 계획을 개혁과 동떨어졌다는 이유로 퇴짜 놓았다.
그러나 발개위의 역할이 전혀 축소되지 않고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케니스 리버살 수석 연구원은 "발개위가 중국에서 가장 힘 센 부처"라고 평했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의 루이스 쿠이즈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중국 정부의 경제개혁에 발개위가 가장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원은 연말께 몇몇 경제 개혁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발개위 개혁도 들어 있다. 비즈니스위크는 중국 정부가 지난 3월 발개위 주임(장관급)에 쉬샤오스(徐紹史) 전 국토자원부장을 앉힌 것도 경제개혁 차원에서라고 풀이했다.
20여 년 동안 발개위에 몸담으며 발개위 위원장까지 지낸 마카이(馬凱) 현 금융부총리가 아니라 발개위 업무 경험이 전혀 없는 쉬 전 부장이 정책 결정과 개혁을 동시에 지원하는 데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올해 정부 조직 개편안에서 발개위가 인구계획생육위원회의 인구정책 기능을 흡수한 것도 인구정책이 국가 발전 전략의 핵심 요소라는 점으로 볼 때 발개위 기능이 더 강화된 것이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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