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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의 X-파일]범가너, 왼손투수들의 새로운 교과서①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49초

[김성훈의 X-파일]범가너, 왼손투수들의 새로운 교과서① 매디슨 범가너[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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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2010년과 2012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거두며 사상 최고의 황금기를 보내고 있다. 강력한 마운드에 강한 응집력의 타선을 자랑한다. 팀 케미스트리도 빼놓을 수 없다. 선수들이 승리라는 명제를 향해 똘똘 뭉친다. 드래프트로 입단해 간판으로 일어선 선수들이 많아 가능한 현상이다.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동고동락한 맷 케인, 팀 린스컴, 매디슨 범가너, 버스터 포지, 파블로 산도발 등은 모두 팀 전력의 핵심이다. 이들은 팀원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구심점 역할도 해낸다. 데릭 지터, 호르헤 포사다, 앤디 페티트, 마리아노 리베라로 대표되는 뉴욕 양키스의 ‘코어4(Core Four)’가 네 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루며 왕조(Yankees Dynasty)를 구축한 양상과 흡사하다. 충분히 ‘코어5’로 불릴 만하다.


샌프란시스코는 올해 세 번째 우승반지를 얻기에 조금 부족해 보인다. 27일 현재 38승39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부 4위를 달린다. 타선은 여전히 매섭다. 리그에서 손꼽히는 거포는 없지만 타자 대부분이 정교한 배트를 뽐낸다. 팀 홈런은 52개로 28위, 반면 팀 타율은 0.272로 4위다. 사실 장타력도 밑바닥이라 보긴 어렵다. 홈인 AT&T 파크는 빅리그에서 가장 홈런을 때리기 어려운 구장이다. 선수들이 주어진 환경에 최적화된 타격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마운드다. 샌프란시스코의 팀 평균자책점은 4.06으로 리그 18위다. 높은 수치는 선발진의 부진 탓이 크다. 평균자책점은 4.52로 리그 23위에 그친다. 255실점은 리그 선발진 가운데 가장 많은 실점이기도 하다. 맷 케인(5승4패 평균자책점 4.54 WAR -0.2), 팀 린스컴(4승7패 평균자책점 4.52 WAR -0.9), 배리 지토(6승4패 평균자책점 4.40 WAR -0.9). 라이언 보겔송(2승4패 평균자책점 7.19 WAR -1.7)은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WAR)에서 -3.7을 합작하고 있다.


현지 관계자들은 집단 부진의 원인을 무리로 본다. 최근 3년 동안 두 차례 월드시리즈에 오른 데 따른 당연한 후유증이란 설명이다. 이런 악재에도 묵묵히 제 몫을 해내는 투수가 있다. 류현진과 선발 맞대결을 펼쳐 국내 팬들에게 친숙한 매디슨 범가너(7승5패 102탈삼진 평균자책점 3.20 WAR 1.4)다.


범가너는 최근 3년 동안 517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하고 있다. 2011년부터 500이닝 이상을 소화한 빅리그 투수 가운데 아홉 번째로 낮은 수치다. 왼손투수 가운데 그보다 좋은 평균자책점을 남긴 건 클레이튼 커쇼(로스엔젤레스 다저스, 2.36)와 클리프 리(2.71), 콜 해멀스(이상 필라델피아 필리스, 3.22)뿐이다.


범가너 왜 잘 던지나


샌프란시스코 지역매체와 야구해설가들은 범가너의 호투 요인으로 세 가지를 꼽는다. ▲왼손투수의 생소함을 극대화시키는 회전반경이 큰 팔 스윙과 극단적 크로스스탠스, 사이드암에 가까운 팔 높이의 조합 ▲왼, 오른손타자 모두 제압이 가능한 직구와 슬라이더 ▲투구에만 몰입하는 높은 집중력과 넘치는 자신감이다.


[김성훈의 X-파일]범가너, 왼손투수들의 새로운 교과서① 매디슨 범가너[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왼손투수의 가장 큰 강점은 생소함이다. 그렇다보니 대부분 이를 극대화해 타자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투구 폼을 연구한다. 숨김 동작(Deception)과 찾아보기 힘든 투구 궤적을 만드는 게 대표적인 노력이다. 전자의 대표적 성공사례로는 커쇼와 리를 꼽을 수 있다. 모두 왼팔을 잘 숨기고 높은 타점에서 빠르고 간결하게 팔 스윙을 가져간다. 2010년 이후 직구 구종가치(Pihch Value)에서 리(88.5)와 커쇼(75.2)가 각각 1, 2위를 차지한 비결이다.


키 196cm, 체중 107kg의 건장한 체격을 갖춘 범가너는 빼어난 하드웨어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활용한다. 투구판의 가운데를 밟고 와인드업을 한 뒤 오른다리를 1루 방향으로 내딛으며 딜리버리를 진행한다. 오른발이 착지한 뒤엔 3루 방향으로 크게 돌아나가며 팔 스윙을 한다. 이때 팔은 사이드암에 가까운 스리쿼터로 내려온다. 좌우 회전반경을 극대화시킨다고 할 수 있다.


특이한 투구 폼은 타자들의 스트라이크 존 설정에 곧잘 혼란을 준다. 특히 왼손타자에겐 바깥쪽 공이 한없이 멀어 보이는 착시현상을 안긴다. 오른손타자가 느끼는 헷갈림도 다르지 않다. 공이 바깥쪽으로 들어오는지 몸 쪽을 파고드는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효과적인 투구 폼 덕에 범가너는 왼, 오른손타자 상대전적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빅리그 통산 왼손타자 피안타율은 0.218, 오른손타자 피안타율은 0.246다. 왼손투수라면 오른손타자와의 대결에서 장타 허용을 두려워할 수 있다. 하지만 범가너는 피장타율에서도 왼손에 0.342, 오른손에 0.385로 큰 차이가 없다. 특히 커리어하이를 찍는 올 시즌은 오른손타자를 상대로 피안타율 0.195 피OPS 0.571을 기록하고 있다. 왼손타자를 상대로는 각각 0.191과 0.610이다.


②편에서 계속


김성훈 해외야구 통신원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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