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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감자' 케이로스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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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감자' 케이로스의 두 얼굴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대표팀 감독 [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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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무엇이 신사를 졸지에 무뢰한으로 만들었을까.

18일 오후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A조 8차전. 이란은 한국을 1-0으로 꺾고 조 1위로 본선에 진출했다. 빛나는 성과에도 이란은 한국팬들로부터 존중과 축하의 박수를 받지 못했다. 오히려 분노 섞인 물병 세례만 있었다. 이유는 다름 아닌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대표팀 감독이다.


케이로스 감독은 이란이 월드컵 본선행을 위해 야심차게 영입한 인물이다. 경력부터 화려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5년간 수석코치로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오른팔' 역할을 했다. 1989년과 1991년 포르투갈 청소년대표팀 감독 시절 2회엔 연속 월드컵 우승을 달성했다. 피구·후이 코스타·주앙 핀투 등 이른바 포르투갈 '골든 제너레이션'의 수장으로 불렸다.

주목할 점은 2003년 레알 마드리드 감독직 역임이다. 레알 사령탑에게 이미지란 지도력만큼이나 중요한 영역이다. '명장' 주제 무리뉴조차 독설가의 면모 탓에 구단 수뇌부와 마찰을 빚었을 정도. 그런 레알이 케이로스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맨유에서 쌓았던 '신사 이미지' 덕분이었다. 퍼거슨 감독조차 인터뷰에서 "그는 축구계에서 인격이 훌륭한 인물 중 하나"라고 호평했다.


대표팀에선 달랐다. 성적 부진에 따른 압박이 그를 '두 얼굴의 사나이'로 만들었다.그는 3년 전 포르투갈 성인대표팀 사령탑 시절에도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2010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지역 예선 내내 불안한 경기력을 보이더니, 급기야 월드컵 본선 훈련 캠프에서 도핑 검사관에게 폭언을 쏟아냈다. 결국 1개월 자격정지와 1000유로(약 150만 원)의 벌금이란 철퇴가 내려졌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한국전 직전까지도 이란의 본선 진출 여부는 불투명했다. 설령 한국과 비기더라도 우즈베키스탄이 카타르에 네 골 차 대승을 거둘 경우 조 3위로 떨어질 수 있었다.


불안감은 또 다시 말과 행동을 거칠게 했다. 상대 수장부터 걸고 넘어졌다. 최강희 감독은 이란전을 앞두고 지난해 10월 테헤란 원정을 떠올렸다. 지독한 홈텃세에 따른 푸대접을 언급하며 설욕을 다짐했다. 그러자 케이로스 감독은 "최 감독이 이란 축구를 모욕했다"라며 "우즈벡전에서도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라고 비난했다. 심지어 "그는 한국 축구의 수치"라며 "이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라고까지 막말을 쏟았다.


한국과의 경기 직전에는 최강희 감독을 조롱하는 티셔츠를 입은 사진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국가대표팀 감독이 했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행동이었다. 그러면서도 경기 전 공식 기자회견에선 "다 같이 축구를 즐기고, 한국과 함께 본선에 가고 싶다"라며 우호적 자세를 취했다. 당시 회견장에는 국제축구연맹(FIFA) 관계자가 참석했다. 가식이었던 셈이다.


'주먹감자' 케이로스의 두 얼굴 경기 후 한국을 도발하는 세리머니를 펼치는 케이로스 감독(가운데) [사진=정재훈 기자]


점입가경이었다. 경기 종료 직후 보는 이의 눈을 의심케 하는 장면이 나왔다. 케이로스 감독은 한국 벤치 앞으로 달려와 최강희 감독을 향해 '주먹감자'를 날렸다. 선수단과 함께 그라운드를 돌며 한국팬들 보란 듯이 세리머니까지 펼쳤다. 상식 이하의 도발이었다. 국가대항전은 승패를 떠나 상대에 대한 존중이 필요한 무대다. 그는 그런 기본조차 걷어차고 말았다.


변명은 궁색했다. 그는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선 각종 도발에 대한 말을 아꼈다. 반면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한국은 너무 축구에 진지하게 접근한다"라고 말했다. '주먹감자'도, 티셔츠 도발도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해명했다. 오히려 한국 취재진을 향해 "너무 경직돼 불쾌한 질문만 한다"라며 "존중도, 예의도 없다(No respect, No polite)"라고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불손함은 대가를 치를 전망이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최 감독을 희화화한 티셔츠 착용은 사적 영역이기에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라면서도 "주먹감자는 얘기가 다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물론 FIFA 경기감독관, 대기심도 그 장면을 눈앞에서 목격했다"라며 "곧바로 FIFA 본부에 사고 보고서가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성호 기자 spree8@
정재훈 사진기자 roz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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