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감독 기능 정상화·독립적 사외이사 제도 구축, 다중대표소송 단계적 도입
집중투표제 간접적 의무화, 전자투표제 단계적 의무화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감사위원 선임 절차를 이사 선출과 분리하고 다중대표소송을 도입해 지배주주·경영진에 대한 견제를 강화한다. 또 집중투표제·전자투표제가 소액주주 권리 보호에 실효성을 거둘 수 있도록 간접적·단계적으로 의무화된다.
법무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올해 하반기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13일 밝혔다.
◇ 이사회 감독 기능 정상화 및 독립적 사외이사 제도 구축
개정안은 감사위원을 맡을 이사의 경우 선임단계부터 지배주주 의결권 3%제한 규정이 적용되도록 다른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도록 했다.
현재 주식회사는 감사 선임과 감사위원회 설치를 선택할 수 있고, 지배주주의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해 지배주주 소유 주식의 3%이상에 대해 의결권이 제한된다.
그 중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상장회사 8.6%, 146개)의 경우 주주총회에서 3분의 2 이상 사외이사로 선임한 감사위원회 설치가 강제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감사위원회 선임 과정에선 모든 이사를 먼저 선출한 뒤 선출이사 가운데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일괄 선출방식이 채택돼 사실상 지배주주 의결권 제한이 유명무실했다.
개정안은 또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부터 집행임원 선임을 의무화하고, 이사회는 본연의 업무감독에 전념토록 했다.
이사회 위임으로 업무집행을 담당하는 ‘집행임원’ 제도의 경우 지난해 상법 개정으로 도입됐으나 설치 여부가 회사 재량에 맡겨져 활용도가 낮다고 지적됐다.
법무부는 이사회가 업무집행부터 감독까지 동시에 수행하는 모순을 시정하고, 사외이사가 ‘지배주주 견제와 소수주주 이익 보호’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는 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다중대표소송 단계적 도입
개정안은 발행주식 총수 과반을 보유한 ‘모회사’ 및 발행회사인 ‘자회사’의 모자회사 관계에 한해 객관적 지배관계를 인정하고 다중대표소송을 인정하기로 했다.
다중대표소송이란 자회사 이사가 임무를 게을리 하는 등 정관·법령을 위반해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모회사 주주가 해당 이사를 상대로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을 말한다.
모회사 주주 지분율 1% 이상의 청구가 있으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이사의 손해배상금은 회사 자산에 편입된다.
법무부는 다중대표소송이 지배주주·경영진의 부당한 사익추구 견제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집중투표제 간접적 의무화
개정안은 경영 투명성 요청이 높은 상장회사의 경우 집중투표제를 정관에서 뺄 수 없도록 하고, 소수주주 청구로 집중투표가 실시되도록 했다.
집중투표제란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경우 각 주주가 1주마다 선임 대상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갖고 후보자에 대해 집중 투표하는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가령 발행주식 총수 10주인 회사에서 3명의 이사를 선임할 경우, 7주를 보유한 대주주와 3주를 보유한 소수주주가 있다면 각각 21(=7×3)주, 9(=3×3)주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소수주주라도 후보자 1명에게 의결권을 몰아서 행사하면 이사 선임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는 셈이다.
상법은 지난 1998년 개정을 통해 지분율 3% 이상의 소수주주(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의 경우 1%로 완화)가 집중투표를 청구할 수 있도록 했으나, 회사는 정관으로 이를 배제할 수 있어 실례가 극히 드물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상위 100대 기업 가운데 단 4개 기업(4%), 조사대상 상장회사 734개사 가운데 7.8%(57개사)만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실정이다.
법무부는 집중투표제를 정관에서 뺄 수 없도록 해 이사 선임 시스템을 개선하고, 이를 토대로 지배주주 견제와 소액주주 권리보호 강화 효과를 동시에 노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개정안은 다만 소수주주 추천 후보가 따로 없는 경우 집중투표제를 실시하는 의미가 없으므로 종전과 같이 소소주주권과 연계시키도록 했다.
◇ 전자투표제 단계적 의무화
개정안은 대부분의 정기주주총회가 매년 3월 집중됨에 따라 소액주주들의 참여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전자투표제 실시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이 방안은 주주 분산 정도에 비춰 의무화 필요성이 높은 주주 수 1만명 이상인 상장회사(전체 상장사 18%)부터 우선 실시된다.
전자투표제 역시 주주총회 활성화를 목적으로 2009년 상법을 개정해 도입됐지만, 이사회 결의에 따른 회사 선택 사항에 맡겨져 실례가 미미하다.
법무부는 전자투표제 실시 강화로 소수주주와 기관투자자, 외국인 투자자의 의결권 행사가 쉬워져 주주총회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3월부터 위원회 꾸려···하반기 확정안 국회 제출
앞서 법무부는 올해 3월 ‘기업지배구조 상법개정위원회’를 발족하고, 관련 분야 학자 및 유관 경제부처 소속 정부위원들과 함께 상법 개정안을 마련해 왔다.
법무부는 14일 오후 2시부터 한국거래소에서 공청회를 열어 각 계 의견을 수렴한 뒤 상법 개정안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공청회에는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기관,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개혁연대 등 유관기관 관계자와 상법 학계 학자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오는 2015년께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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