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준용 기자]인간은 나약한 존재다. 하지만 그 나약함 속에 내재된 '욕망'은 끝이 없다. 이처럼 개인의 내면에는 스스로도 깨닫지 못한 다양한 감정과 욕구가 숨겨져 있다. 이를 어떻게 표출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비극’과 ‘희극’의 사이에서 갈리게 된다. 영화 '닥터'(감독 김성홍)는 욕망을 쫓다 '파국의 길'로 치닫는 개인의 비극을 그려냈다.
영화는 전신성형을 위해 침대에 누워있는 발가벗은 여자와 이 여자를 다시 태어나게 해주겠다는 신념으로 몸 위에 그림을 그리는 주인공인 의사 최인범(김창완 분)의 대조되는 욕망을 드러내며 시작한다. 성형외과 최고 권위자 최인범은 권력과 재력, 거기다가 젊은 아내 순정(배소은 분)까지 얻으며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삶을 살지만 그의 내면에는 과거 첫사랑에게 버림받은 기억으로 생긴 상처를 안고 있다. 부와 명예 모든 걸 가진 최인범이지만 첫사랑에게 받은 상처는 그의 '트라우마' 됐고 종국에는 그녀를 정복하고 갖고 싶다는 욕구가 발전돼 파국의 길로 접어든다.
이 영화의 독특한 점은 주인공인 싸이코패스 최인범이 살인을 저지르고 자신이 죽인 시체를 보고 놀란다는 설정이다. 이는 최인범의 캐릭터가 평상시에는 굉장히 유약하고 소심하지만 한 순간에 극단적으로 변할 수 있는 인간의 숨겨진 욕망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장면이다. 이 때문에 영화는 공포 스릴러 장르이지만 최인범이 살인을 저지른 후 시체의 팔이 자신의 허벅지에 떨어진 모습을 보고 놀라는 장면 등 영화 중간 중간에 다소 코믹한 장면이 등장하며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또한 최인범 뿐만 아니라 그의 아내 순정과 순정의 내연남 영관(서건우 분), 순정의 엄마 등 인물들의 각기 다른 욕망과 이에 따른 파국을 그려내며 인간의 변질된 내면을 리얼하게 표현해낸다.
특히 이 영화의 가장 신선한 점은 배우 김창완의 '양면성'이다. 온화한 눈빛을 하고 있지만 한 순간에 살인마로 변하는 냉소적인 표정과 말투는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느끼게 해준다. 또한 신예 배우들인 배소은, 서건우 등의 신선한 마스크와 안정된 연기는 김창완 표 싸이코패스와 잘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하지만 다소 아쉬운 점도 있다. 연쇄살인범 최인범에 대한 수사과정과 마지막까지 그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설정에 대한 개연성이 부족했다. 최인범의 생존은 곧 살인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기에 납득할 수 없었다.
무더위가 시작될 여름, 더위를 날리기에 더할 나위 없는 영화다. 김창완의 소름 돋는 명연기와 긴장감 넘치는 음악이 돋보이는 '닥터'는 오는 20일 개봉한다.
최준용 기자 cjy@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