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청와대 관계자는 10일 남북당국회담과 관련, 양측 수석대표의 격이 맞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 측이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회담 대표로 내보내는 데 난색을 표명한 것에 대한 반응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국회담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가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격부터 맞춰야 신뢰가 싹트는 것"이라며 "격이 맞지 않으면 시작부터 상호신뢰를 쌓기가 다소 어려운 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격을 맞추는 것은 서로 회담에 임하면서 지켜야할 기본적인 자세가 아닐까 싶다"며 "이런 부분에는 정말 국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북한이 워싱턴에서 누구누구와 만나 어떤 대화를 할 때, 중국에 가 누군가를 만나 대화하고 협상할 때 하는 것이 국제적인 스탠더드"라면서 "그런데 우리와의 협상에서 격을 무시한다거나 격을 깨는 것은 신뢰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는 류길재 통일부장관의 레벨에 맞게 김 통전부장이 회담에 나올 것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북한은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를 겸하는 통전부장을 부총리급으로 인식하는 것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날 새벽까지 이뤄진 실무접촉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김 통전부장이 수석대표로 나오지 않을 경우 원동연 통일전선부 부부장, 맹경일·전종수·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부국장 등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청와대가 당국자의 격 문제를 언급한 만큼, 북한이 김 통전부장을 보내지 않을 경우 우리 정부는 류 장관을 수석대표로 내세우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는 '만약에 북측에서 장관급을 내보내지 않으면 우리도 급을 낮추겠다는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회담이란게 그런 것 아니냐"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전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고 남북 당국자회담이 12~13일 서울에서 열리기로 합의된 데 대해 "발전적으로 잘 진행되기 바란다"고 짤막하게 언급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도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섣불리 이야기해서 회담 진행 분위기에 영향을 줄 필요가 있느냐"며 말을 아꼈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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