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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 - 6장 봄비 내리는 아침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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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 - 6장 봄비 내리는 아침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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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하림 오빤 애인 없어요? 시집 간 옛날 애인 말구.”
조금 있다가 소연이 말머리를 돌리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응. 당근. 있지.”
하림이 주저없이 대답하고는 장난스럽게 소연을 쳐다보았다.
“예뻐요? 물론 예쁘겠지만....모헨조다로의 노래하던 여자처럼....”
“후후. 물론. 모헨조다로의 그 여자처럼 예쁘진 모르겠지만.....나랑은 초등학교 동창이야.”

하림은 혜경을 떠올리며 말했다. 애인이라고 하면 그래도 그녀밖엔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혜경이 생각하자 귀여운 은하도 생각났다. 어린이 집엔 잘 다니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어린이집 놀이터 그네에 앉아 어린이집 빨간 지붕 위로 바라보던 자기 모습이 흑백사진처럼 박혔다. 생각하면 우스웠다. 자기 딸도 아닌데, 태수 형의 딸인데, 자기가 보고 싶어 하는 게 우스웠다. 자기는 어디까지나 그들 가족의 바깥에서 서성이는 존재일 뿐일 것이었다.


“아, 좋겠다. 뭘 하시는 분인데요?”
소연이 아무 것도 모르고 호기심을 보이며 말했다.
“미장원. 소연이도 머리할 일 있음 찾아가봐.”
하림이 신통치 않은 표정으로 사돈 남 말 하듯 말했다.
“치잇.”
“너무 예뻐서 오래 전에 결혼도 한번 했고, 지금은 은하라는 자기랑 똑 닮은 딸이랑 같이 살고 있지.”
“정말....? 결혼했어요?”
“응. 근데 남편이 죽었어.”
“예...?”
소연이 한 대 맞은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림은 자기가 괜한 말까지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생각과는 달리 이상하게 속에서 말이 주책없이 자꾸 흘러나왔다. 어쩌면 그동안 혜경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하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그렇게 혜경이와 헤어지고 난 이후 스스로도 마음이 잘 정리되지 않고 있었던 탓일 것이다. 전화가 아니면 문자메시지라도 한번 넣어봐야지 하면서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던 중이었다.
“하림 오빠가 잘 해드려야겠네요.”
소연이 괜히 이야기를 꺼내었다는 듯 말끝을 흐렸다.


“응. 그래야겠지. 그런데.... 그 사람, 자꾸 날 떠나가려고 해. 그 사람 마음 속엔 여전히 그 남자가 큰가 봐.”
“전 남편이라는 사람....?”
“응.”
시선을 탁자 위로 던지며 하림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소연에게 그런 말까지 하는 자신이 이상했다. 비가 내리고 있어 그런지도 몰랐다.
“돌아가셨다면서요?”
“응. 사실 그인 내겐 학교 선배였어. 나랑은 완전히 다른 부류의 사람이었지. 요즘 아이들 말로 하자면 일진회 두목 스타일이랄까. 멋있는 남자였어.”
하림은 태수 선배를 떠올렸다. 지나놓고 보니 그 역시 그리운 얼굴이 되어 있었다.
“너, 은하 아빠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
그날 자면서 혜경이 말했었다.


글. 김영현 / 그림. 박건웅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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