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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6장 봄비 내리는 아침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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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6장 봄비 내리는 아침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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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그 언니도 불쌍한 사람이예요. 젊을 땐 얼굴도 예쁘고 인정도 많고 그랬는데 남편 잘못 만나 죽도록 고생만 하다가 결국 남편은 다른 여자랑 달아나버리고, 고향 와서 가게를 열었지요. 그러다 재작년에 중풍으로 쓰러졌다지 뭐예요. 사실 저한텐 엄마처럼 잘해주셨는데.... 난, 우리 엄만 얼굴도 모르거든요.”
“그래...?”
소연이 뜻밖에도 순순히 자기 이야기까지 꺼내놓자 하림은 순간 당황스런 기분이 되었다.
“왜....?”
“돌아가셨어요. 내가 네 살 땐가 다섯 살 때....”
“음, 그랬군.”

하림은 안 됐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 없이 자란다는 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는 하림도 잘 알고 있었다. 엄마의 치마폭에 안겨 그 냄새를 맡아보지 않은 사람들은 세상의 냄새를 안다고 할 수 없을 것이었다. 그리고 보면 소연의 얼굴에 깊이 배인 외로움 같은 게 비로소 조금 이해될 것 같기도 했다.
“근데 진짜 어떤 내용인데요?”
조금 있다 소연이 그런 울적하고, 감상적인 분위기를 깨기라도 할 양, 다시 하림의 노트북을 들여다보며 활달한 어조로 물었다.
“응. 옛날 아주 옛날 인도에 모헨조다로라는 곳이 있었어.”
하림이 천천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모헨조다로....?”
“응.”
하림은 소연의 눈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의 파키스탄이란 나라의 인더스 강 유역에 있던 고대의 아름다운 도시지. 하지만 긴 세월 동안 사막의 모래에 묻혀 지상에서는 사라져버렸던 도시지. 모래 언덕 속에.... 모헨조다로란 죽음의 언덕이란 뜻이야.”
“죽음의 언덕....?”
“응.”
소연이 호기심에 찬 눈으로 바라보았다. 하림은 소연의 짙은 갈색 눈과 마주치자 가벼운 흥분을 느끼며 계속해서 말했다.

“1922년 영국인 마셜이란 사람이 우연히 이곳을 발굴하면서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지. 그런데 아직 극히 일부만이 발굴되었을 뿐이지만 그 사막 아래 묻혀져 있던 유적에선 놀라운 흔적들이 발견되었지.”
“보물이라도 발견되었나요?”
“보물보다 더 놀라운 것들이지.”
“어떤....?”
소연이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말아서 올리며 말했다. 왼쪽 뺨 귀 밑의 푸른 점이 희미하게 보였다.


“그것을 말하기 전에 소연인 지금부터 4000년 전에 이 도시에서 살았던 그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었을 것 같니?”
“4000년 전...? 그땐 미개인시대나.....원시인시대 아닌가요?”
“그렇지? 그렇게 생각하기 쉽지? 하지만 아니었어. 4000년 전 이 모헨조다로에 살았던 사람들은 놀랍게도 지금의 우리들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았어. 훌륭한 도시를 건설하고, 도시의 중앙엔 커다란 목욕탕을 만들어 함께 목욕도 하고, 집집마다 상수도와 하수도가 있었지. 사람들은 모두 건강하고 골목엔 아이와 여자들의 웃음소리가 거치지 않았어.”
“설마....?”
소연은 믿기 어렵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았다.


글. 김영현 / 그림. 박건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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