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CJ그룹 수사의 가장 핵심적인 열쇠가 될 수도 있었을 이재현 회장의 휴대전화. 그러나 일단 29일 검찰의 휴대전화 확보 시도는 이 회장이 자택을 비웠던 탓에 무위에 그쳤다. 검찰이 이 회장의 소지품 가운데 특히 휴대전화에 주목하는 것은 휴대전화가 사실상 '손 안의 PC'로 쓰이는 기기이기 때문. 여기에는 통신사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통화기록 이상의 방대한 '고급' 정보가 들어 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요즘 수사관들은 피의자의 물품을 압수할 때 휴대전화부터 먼저 압수하고 있다.
휴대전화를 확보하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이 회장 자택에서 확보한 자료에 어떤 '기밀'이 담겨 있을지도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비자금 수사 때마다 검찰 강제 수사대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그룹 총수의 주거지다. 2008년 삼성 특검 당시 이건희 회장의 자택과 집무실, 2011년 오리온 비자금 수사 당시 담철곤 회장의 자택도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했다.
그룹 살림살이를 지시하고 보고받는 총수인 만큼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 규모의 불법자금 의혹의 정점엔 늘 그룹 총수가 있다. 수사기관이 이들의 사적인 영역인 주거지에 주목하는 이유는 대개 총수들이 자택이나 별도 개인 집무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만큼 중요한 자료 역시 개인적 공간에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9일 압수수색한 이 회장의 서울 중구 장충동 자택은 지하 1층, 지상4층 규모에 이 회장 부부와 누나 이미경 부회장, 어머니 손복남 고문 등이 살고 있다. 장충동 빌라촌은 CJ그룹 총수 일가가 몰려사는 데다 가까운 곳엔 지난 21일 CJ본사와 함께 압수수색 대상에 오른 CJ경영연구소도 자리하고 있어 CJ의 또다른 심장부다.
검찰은 CJ 본사 등 에 대한 대규모 압수수색 때부터 이 회장의 주거지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검찰은 이 회장의 주거지와 자동차, 신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자동차와 신체에 대해서만 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통상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에 관대하지 않다. 검찰은 그러나 자동차와 신체에 대한 압수수색도 집행하지 않았다. 검찰이 밝힌 이유는 "이 회장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실상 주거지를 떼어놓고 압수수색을 집행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판단이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법원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물건'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다. 물건은 주인이 갖고 있을 수도 있고, 달리 보관하는 사람이 챙겨가지고 있을 수도 있으며, 특정 장소, 이를테면 주거지나 자동차에 놓여 있을 수도 있다. 신체, 물건, 주거, 그 밖의 장소가 수색 대상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건물을 뒤지는 와중에 안에 있던 사람이 몸이나 차량에 물건을 숨길 가능성도 높다. 검찰이 통상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며 차량과 신체에 대해 함께 영장을 청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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