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해명 신중해졌다..."차명재산은 상속 재산"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검찰의 'CJ 비자금' 수사로 각종 의혹이 제기되자 CJ그룹이 당황해하는 모습이다.

CJ그룹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검찰을 자극할 것을 우려해 말을 아끼면서도 사안이 명백한 몇몇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하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검찰의 수사가 전방위로 이뤄지면서 문제가 없는 내용까지 의혹으로 확대돼 회사의 이미지를 훼손시키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의 차명재산에 대한 세무조사에 "차명재산은 비자금이 아닌 선대로부터 내려오던 이 회장의 재산"이라고 설명했다. 오너 돈과 회사 돈이 구분이 잘 안되던 고 이병철 회장 시절부터 관리돼 오던 것으로 대다수의 한국 재벌들은 이런 성격의 자금을 상속받아 관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10년간 차명계좌를 이용한 계열사 주식거래로 수천억원대 시세차익을 올렸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주가조작이 아닌 주가 관리 차원이었다는 입장이다.

CJ그룹은 또 이 회장이 2006년께 무기명 채권으로 관리하는 비자금 500여억원을 현금으로 바꿔 장녀 경후씨와 차남 선호씨에게 증여, 거액의 증여세를 탈루했다는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CJ그룹은 "이 회장이 무기명 채권을 두 자녀에게 증여한 것은 맞지만 무기명 채권 자체가 자금 출처를 문제삼지 않겠다는 것을 전제로 국가가 발행한 채권이기에 법적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채권을 넘기는 행위 자체가 증여세 납부와 관련이 없어, 편법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CJ그룹이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에 법인을 설립하고 국내 계열사와 물품을 가공ㆍ위장거래하는 수법으로 수백억원대 비자금을 조성, 자금세탁을 통해 국내에 반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조세회피나 비자금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CJ그룹은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두 곳의 계열사는 자체 설립한 회사가 아닌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딸려온 회사"라며 "일부에서 의혹을 제기하는 것처럼 비자금이나 조세회피 목적의 회사는 아니다"고 못박았다.

CJ CGV의 특수관계회사인 EMVOY MEDIA PARTNERS(EMP)의 경우 2011년 인수한 베트남의 멀티플렉스 '메가스타'의 홀딩컴퍼니라는 설명이다.

CJ그룹은 이어 "베트남 현지법상 극장운영법인의 지분을 직접 거래하는 것은 외국인 투자에 많은 제약요소가 있기 때문에 메가스타의 지분을 직접 인수하지 않고, 모회사인 EMP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베트남에 진출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버진아일랜드 소재 계열사인 W.P.W.L 역시 CJ가 2012년 인수완료한 대한통운의 리비아 대수로공사 시행법인으로 조세회피를 위한 법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CJ그룹은 "대한통운은 1983년 리비아 국책 사업인 리비아 대수로 공사에 동아건설과 컨소시엄으로 참여했고, 당시 국제적 제제를 받던 리비아 정부측 의견에 따라 버진아일랜드에 시행법인을 설립했다"며 "공사는 끝났지만, 리비아 내전으로 아직 정부로부터 공사완공증명서를 발급받지 못해 법인 청산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CJ그룹은 변호인단으로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광장의 변호사들을 대거 선임했다. 이에 따라 CJ 비자금 의혹과 관련 검찰과 국내 최고 변호사들간 뜨거운 공방이 펼쳐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