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에 대한 정부의 조사위원회 구성안 틀이 가시화되면서 정부와 시민단체의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24일 총리실 산하에 20명으로 구성되는 '4대강 사업 조사·평가위원회(이하 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위원회 산하에는 현장을 직접 조사하는 80명의 조사 작업단이 운영된다. 위원회와 조사 작업단 모두 6월중에 구성이 완료된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4대강 문제와 각종 의혹을 제기한 시민사회단체와 소통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사회단체는 정부의 조사위원회와 별도로 '민간 조사위원회'를 발족시킬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4대강을 둘러싸고 정부와 시민단체의 조사위원회가 각각 만들어지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24일 서울청사에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4대강 사업에 대한 객관적 조사와 평가 작업이 중요하다"고 지적한 뒤 "국민 모두가 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있도록 위원회와 조사 작업단 구성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총리실은 최근 잇따라 관계부처는 물론 학계와 간담회를 열었다. 4대강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를 비롯해 지난 22일에는 학계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부처와 학계에서 위원들을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천받은 인물들을 중심으로 민간 전문가 20명을 꾸릴 예정이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에서 추천한 인물은 포함되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중립적 인사를 중심으로 뽑을 예정이었는데 찬성과 반대론자를 참여시키기로 한 부분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위원회는 조사과정 전반에 대한 관리와 조사관련 자문, 조사결과 평가는 물론 대국민 발표 등을 총괄한다. 80명의 전문가로 구성되는 조사 작업단은 ▲수자원 ▲수환경 ▲농업 ▲문화·관광 등 4개 분야에 대한 현장조사와 평가를 수행한다. 조사 작업단에는 4대강 찬·반대자를 배제하고 중립적 전문가들로만 구성된다.
위원회와 조사 작업반은 4대강 사업 이후의 안전성과 적절성을 중심으로 활동을 벌인다. 수자원 분야에서는 보 등 주요 시설물 안전성과 유지관리 적절성을 조사한다. 수환경 파트에서는 수질관리·수생태복원 적절성이 중심이다. 농업에서는 농경지 침수 방지가 목적이다. 문화·관광 항목에서는 문화·레저공간 창출효과를 점검한다.
조사와 평가기간은 1년 이내로 잡았다. 다만 계절별 모니터링 등 일정시간이 필요한 분야는 위원회 의결을 거쳐 연장이 가능하도록 했다. 조사의 신속성을 위해 1년 이내로 조사 시기를 한정한 것에 대해서도 또 다른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와 조사 작업반의 현장 조사와 별개로 사업추진 과정에서의 탈법에 대해서는 위원회가 법적 한계를 지니고 있는 만큼 검찰, 감사원, 공정위 등의 조사를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조사·평가 과정은 물론이고 위원회를 구성하는 단계부터 공정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정성을 확보해야 된다는 정 총리의 말과 달리 시민사회단체와 소통은 부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총리실은 오늘 오전 10시에 국가정책조정회의를 끝내고 국무조정실 농림국토해양정책관이 오후 2시에 뒤늦게 시민단체와 관련 간담회를 개최했다.
박창재 환경운동시민연합 활동처장은 "정책조정회의를 끝낸 뒤에 시민단체와 간담회를 갖는 것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특히 위원회에 4대강 찬성론자들이 대거 포함된 것은 문제가 아주 크다"고 지적했다. 객관적 조사가 이뤄지기 보다는 또 다시 찬성론자들의 책임 회피와 변명을 통한 공방만 불거질 것이란 분석이다. 박 처장은 "정부가 4대강 찬성론자을 위원회에 포함시킨다면 정부 위원회와 별도로 시민사회단체들이 중심이 되는 민간조사위원회를 발족시킬 것"이라며 "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객관적 절차는 물론 시민환경단체들과 의견을 나누는 과정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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