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펀딩 제도 도입, 주도권 쥐려는 금융위

실물은 '아들', 금융은 '딸' 비유도

[아시아경제 정재우 기자]신제윤 금융위원장이 '크라우드펀딩' 제도를 자본시장법 틀 안에서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중소기업청과 각각 제도 도입을 추진하면서 기싸움 양상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위가 제도 도입 주무부처가 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신 위원장은 22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서울IB포럼에서 기자와 만나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크라우드펀딩 제도는 자본시장법 틀 안에서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크라우드펀딩 제도 본래의 목적인 창업기업 지원 만큼이나 투자자 보호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모두 담을 수 있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크라우드펀딩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게 그의 판단이다.

신 위원장은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과 전하진 새누리당 의원이 각각 다른 입장으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한 것에 대해서도 "의원 입법을 통해 제도가 도입된다고 해도 각각 입법을 추진하지 않고 조정을 거칠 것"이라면서 "현 정부에서 협업을 중시하기 때문에 크라우드펀딩 제도에 대해 중복해서 입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한국 금융위 과제와 정책방향'을 주제로 현재 대내외 경제 여건과 금융시장의 상황, 향후 금융정책 방향에 대해 밝혔다. 특히 실물부문과 금융부문을 아들과 딸에 빗대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 우리나라 '딸'들이 '아들'들을 위해 상대적인 희생을 강요당했던 점을 예로 들어 실물을 아들로, 금융을 딸로 각각 비유하면서 그동안 금융의 지원으로 실물이 성장할 수 있었던 점을 부각시켰다. 신 위원장 입장에서는 실물부문에서는 삼성전자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잔뜩 나왔는데 금융부문에는 이렇다 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금융회사가 없다는 비판에 대한 항변인 셈이다.

그는 또 과거 드라마 '아들과 딸'을 이야기하면서 "아들과 딸이라는 드라마는 후남이라는 여자 주인공이 남동생을 위해서 희생하고 피해를 받다가 결국 끝내 후남이도 성공하는 스토리"라면서 " 앞으로 우리 금융부문도 후남이처럼 성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국내 금융회사들이 인프라투자 등에 특화된 글로벌 IB 맥쿼리를 롤모델로 삼아야 한다면서 은퇴자금 시장이 마치 맥쿼리의 인프라투자처럼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의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로 연금시장 수요가 급증할 것이고, 이에 발맞춰 개인ㆍ퇴직연금 시장 활성화를 추진할 것"이라면서 이 부문에서 국내 금융회사들이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아시아 신흥 국가에서도 고령화 문제가 붉어질 수 있는데, 이때 국내 금융회사들이 연금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지 않겠냐는 얘기다.

한편 이날 포럼에는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박병원 은행연합회장,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 유재훈 금융위원회 증선위원, 최현만 미래에셋생명 부회장,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김창수 한국증권학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