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대통령' 출범 발맞춘 한수원
판로 열어주고 하도급 절차 뜯어고쳐
가스公, 지구촌 에너지원 발굴 주력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공기업들이 있다.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공기업들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중소 협력사와 동반성장을 올해 최대 역점 사업으로 내걸고 눈에 띄는 상생 정책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친환경적이며 효율적으로 열과 전기를 생산하는 시스템을 더욱 개선하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해외에서 우리 자원 확보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최근 이들 회사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을 살펴봤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새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에 발맞추고 발전사 중 맏형 역할을 다하기 위해 이전보다 업그레이드한 동반성장 활동을 전개키로 했다.
한수원은 우선 동반성장을 담당하는 조직을 강화했다. 최근 동반성장을 총괄하는 본사 담당 조직을 '처' 단위에서 '사업단'급으로 확대 개편했다. 또 동반성장팀장을 실장급으로 높였으며 기술직 부장을 추가 투입, 기술 지원 역량을 보강했다. 사업소에서 구매하던 자재를 본사 통합구매방식으로 바꿔 지원 효과도 높이도록 했다.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은 자금 지원 증액, 판로 확대, 하도급 대금 지급절차 개선 등으로 펼치고 있다.
한수원은 협력 중소기업의 유동성 문제 해소를 위해 자금 지원을 대폭 늘릴 방침이다. 지난해에는 1400여억원의 선급금을 지급했다. 기획재정부에서 주관해 조성한 '중소기업 대출금리 인하펀드'에 전력그룹사 중 유일하게 200억원을 예치, 중소기업의 대출금리 인하에 앞장서고 있다.
아울러 계약 성사 기업에 대해선 계약금액의 최대 80%까지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파워에너지론' 제도를 도입 운영 중이다. 우수제품을 개발한 기업의 해외 판로개척 지원을 위해선 한국수출입은행과 협약을 맺고, 수출 성사 중소기업에는 저리 수출자금을 융자해주는 상생 프로그램도 운영키로 했다. 선급금을 포함해 지난 한 해에만 중소기업에 총 2500억원을 지원했고 올해는 지원액을 3000억원 이상으로 늘렸다.
중소 협력회사의 판로 확대를 위한 우수 중소기업 제품 사업소 순회 구매상담회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올해는 총 9차례에 걸쳐 순회 구매상담회를 열 계획으로, 모두 315개 업체가 참가할 예정이다. 4월2일 울진 원자력발전소를 시작으로 4월에 모두 4개 원전본부에서 상담회를 열었으며, 이 기간에 총 59개의 중소기업이 참가해 신기술 인증제품 등 다양한 우수제품을 전시했다.
한수원의 2차 협력사 지원 규모는 다른 발전업체와 견줘보면 거의 독보적이다. 한수원은 원전건설 현장 및 기자재 제작 분야에 약 400여개의 2차 협력사와 함께 일하고 있는 점을 감안, 2차 협력사들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2차 협력 중소기업 전용의 '동반성장 대출제'를 시행 중이다. 지난해 시중 신용대출금리보다 1.4~2.4%포인트 저렴하게 총 125억원을 대출했으며 올해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또 공기업 중에선 최초로 '하도급대금 지급확인시스템'을 구축해 하도급 대금 지급절차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이 시스템은 2차 협력사나 건설근로자가 공사대금 미지급이나 임금체불로 고통 받는 일이 없도록 대금지급 여부를 발주자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정보기술(IT)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으로 대금의 적기 지급이 가능해졌으며, 지급 내역도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게 됐다. 대금지급 기간도 대금 청구일로부터 5영업일 이내로 단축되는 등 2차 협력사의 자금운영이 종전보다 훨씬 예측가능하게 됐다. 특히 한수원이 지정 계좌에 입금하면 원도급자는 원도급자 몫 이외의 2차 협력사 공사대금에 대해서는 한수원 승인 없이 인출이 불가능해졌다. 이로써 2차 협력사는 대금지급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친환경 에너지 사업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오존층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석유ㆍ석탄ㆍ천연가스와 같은 기존의 화석연료 일변도 정책에서 탈피해 소각열ㆍ태양광ㆍ고형연료(RDF)ㆍ매립가스(LFG)ㆍ우드칩ㆍ하수열 등과 같은 다양한 신재생에너지를 연료로 활용하고 있다.
지역난방공사가 운영 중인 열병합발전 시스템은 화석연료를 전기나 열로 전환하는 시스템 가운데 가장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이다.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하는 열병합발전의 효율은 일반 발전설비에 비해 약 30%포인트 뛰어나다. 전기만 생산하는 일반 발전설비의 에너지 이용 효율이 49.9%인 데 비해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하는 열병합발전은 80.7%에 이른다. 열병합발전은 질소산화물ㆍ황산화물ㆍ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을 기존 난방보다 39% 덜 배출한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는 45% 감소시킨다.
지역난방공사는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소각열을 받아 활용한다. 고양ㆍ마포ㆍ대구 등 11개 지사에서 공사가 연간 생산하는 열생산량의 12%를 담당한다. 약 15만세대에 난방을 공급할 수 있다. 난지도 및 대구 방천리 쓰레기 매립장에서 나오는 LFG는 연간 전체 열 생산의 약 1.7%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재생에너지 자원이다. 재선충 감염 소나무 및 버려지는 폐목을 칩으로 만들어 원료로 활용하는 우드칩(전체 열생산의 약 0.5%) 발전은 소나무 재선충병의 확산을 예방하고 하절기 폐목으로 인한 홍수를 미연에 방지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 외에도 전남 신안 및 대구ㆍ판교 등 태양광 발전도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앞으로 풍력, 연료전지, 바이오매스 등 다양한 신수종 신재생에너지 확대 보급에 주력해 글로벌 기후변화 협약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한 지역난방공사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판단아래 녹색성장의 중심지로 자리 잡기 위해 지역냉방의 기술 개발에 전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지역난방의 계절적 수요는 겨울에 높고 여름에 낮은 동고하저의 열수요 패턴을 보이므로 기존 시설을 이용해 하절기에 남아도는 열병합발전소 여열, 소각장 폐열을 냉방으로 이용하면 열병합발전소 이용률 제고가 가능하다. 현재 진행 중인 제습식 지역냉방 기술 개발이 완료되면 전력 생산을 위한 투자비 감소 및 천연가스 연료 수급 조절이 기대된다. 제습식 지역냉방 기술은 특히 저탄소 에너지 절감형 친환경 사업으로 국가 발전 패러다임에 부합할 뿐 아니라 지역난방공사가 제2의 도약을 이루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찍이 해외 자원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한국가스공사의 실질적인 성과가 점차 나타나고 있다.
가스공사는 2017년까지 자주개발률 25%(850만t) 달성을 목표로 해외 자원 개발 사업에 매진해, 현재 탐사 사업 5개, 개발ㆍ생산 사업 10개, 액화천연가스(LNG) 도입 연계 사업 6개 등 총 12개국에서 21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의 성과로는 지난 2011년 9월부터 아프리카 모잠비크 에리어4(Area4) 해상광구 9공의 탐사시추에서 80Tcf(약 18억1000만t) 규모의 초대형 가스전을 발견한 것을 꼽을 수 있다. 가스공사가 모잠비크에서 지금껏 발견한 잠재 가스자원량의 가치는 4조3000억원으로 추정된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가스공사는 이 가스전 개발을 위한 개발 계획을 수립할 예정으로, 이르면 2018년 천연가스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추가로 새로운 탐사정(Agulha 1)을 시추할 계획이다.
가스공사는 향후 LNG 프로젝트 및 전후방 사업을 추진해 국내 도입과 해외 트레이딩은 물론 국내 민간 기업의 연관 산업 진출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2011년 10월에는 가스공사 최초의 운영 사업인 이라크 아카스 가스전 사업의 본계약을 체결해 현재 예비개발계획을 승인받아 본격적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루 생산량 기준 세계 10대 규모의 초대형 유전인 이라크 주바이르 광구에서는 현재까지 약 413만배럴을 인수ㆍ판매하는 성과를 올렸다.
또한 캐나다와 호주에서 LNG 도입과 연계한 셰일가스, 치밀가스, 석탄층가스 등 비전통가스 개발ㆍ생산 사업을 추진해 에너지 공급원을 다원화하는 한편, 기존의 아시아와 중동을 넘어 북미, 아프리카, CIS 등 거점 지역 다변화를 통해 장기 안정적인 에너지원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사이프러스 등 신규 유망 광구도 적극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확보 자원량은 2008년 2800만t에서 지난해 약 1억6000만t으로 늘었다. 모잠비크에서 발견된 가스부존량을 추가하면 향후 매장량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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