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11일 "위험 관리(리스크 매니지먼트·Risk management)는 철저히 하되, 위험 감수(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도 할 수 있는 사람이 KB에 필요하다"고 밝혔다.
어 회장은 이날 용인 에버랜드에서 열린 'KB금융 꿈나무 사랑만들기' 행사 이후 기자들과 만나 "KB금융 뿐 아니라 한국 모든 금융기관 CEO에게 필요한 자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금융기관의 특성상 직원들이 리스크를 부담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기가 어려운 만큼, CEO는 본인이 리스크를 부담하고 아이디어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어 회장은 2010년 KB금융 회장직을 맡은 후 각종 아이디어를 내며 '위험 감수'를 실천하고자 했다. 최초의 대학생 전용 점포인 '락스타(樂star)',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중소기업에게 금융지원을 하는 'KB히든스타' 등이 그 예다.
그는 "히든스타를 처음 시작할 때는 말이 많았지만, 지금은 KB의 먹거리가 되고 있다"며 "삼성과 LG 등 대기업처럼 위험 감수를 못하는 금융권을 위해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CEO의 일"이라고 말했다.
'금융은 미래에 성공할 부분에 돈을 대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어 회장은 정부의 창조금융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창조금융은 한국 전체 금융의 10분의 1밖에 안 된다"며 "1년 반 정도만 지나면 성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지속적으로 아이디어가 나오고, 그 아이디어를 평가할 전공자가 적다는 지적을 덧붙였다. 어 회장은 "성공할 확률이 2~3%인 아이디어에 돈을 지원해야 하는 것"이라며 "미국 캘리포니아, MIT 등 근처에는 리스크 테이킹 전공자가 있다"고 말했다.
어 회장은 정치 세력과 엮인 한국 금융지주 수장들이 평가 절하됐다는 뉘앙스도 풍겼다.
특히 어 회장은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과 하나고등학교 등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그는 "평생을 뱅커로 큰 그런 분들을 금융스타로 만들어줘야 한다"며 "아주 훌륭한 사람인데.."라고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려대학교 동기로, 어 회장과 함께 'MB맨'으로 불렸다.
정부 기관이 아닌 금융기관의 수장 자리에 정치적으로 관심이 쏠린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어 회장은 "골드만삭스 그룹 회장이 바뀐다고 해서 일일이 보도되지 않는다"며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진행사항이 마치 대통령 뽑는 것 처럼 보도가 된다"고 비판했다.
최근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힌 어 회장은 편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운동과 식이요법을 통해 지난 3년간 늘었던 몸무게도 2kg 이상 감량했으며, 이번 8월에는 바그너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성악가인 부인과 함께 바이로이트 여행도 떠날 계획이다.
앞으로 거취에 대해서는 "학교로는 돌아가지 않겠다"며 "예술분야 펀딩을 도와주는 기술적인 일 등 작은 일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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