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지난 5일 어린이날을 맞이해 '멍든 동심(童心)'에 대한 보도가 쏟아졌다. 지난해 미발견 실종아동율이 전년에 비해 3배나 늘어났으며, 실종아동 신고 건수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한 해에만 1만여 명이 넘는 아동들이 실종 신고 됐으며 이 중 143명은 여전히 부모 품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국내 아동 실종·유괴 사건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몽타주'는 아동 유괴 사건을 소재로 한다. 영화는 15년 전 벌어진 미제 유괴사건의 공소시효가 단 5일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시작한다.
하나 뿐인 아이를 잃고 15년을 괴로움 속에 살아온 엄마 하경과 15년간 미제사건에만 매달려 온 청호, 15년 후 동일한 방식으로 눈앞에서 손녀를 잃은 한철, 이 세 사람의 맹렬한 추적이 2시간동안 숨 막히게 그려진다.
'몽타주'는 과거와 현재의 모습, 각각의 인물이 처한 상황을 교차적으로 편집해 흥미를 더했다. 박진감 넘치는 액션신과 중반 이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줄거리는 관객들을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제작진은 환상적 추격신을 만들어내기 위해 오랜 시간 고심한 끝에 세 장소를 찾아냈다. 먼저 극의 주배경이 되는 동강 일대는 시나리오와 모든 조건이 맞아 떨어졌고, 자연 풍광이 최상이었다.
그러나 밤에는 가로등 하나 없는 암흑으로 밤 촬영으로 위해서는 엄청난 추가 장비와 인력을 필요로 했다. 6일간 촬영하면서 40여대의 와이어 크레인과 20여명의 조명 팀 등 많은 장비와 인원이 동원됐다.
인천 송월시장에서 촬영한 추격신도 볼 만하다. 경기·강원권의 재래시장을 모두 뒤져서 찾아냈다는 송월시장은 곧 철거를 앞두고 있어 섭외는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범인과의 결정적 대면을 하는 장면은 부산역에서 촬영됐다.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기차역 플랫폼을 전면 통제하며 현실감 넘치는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용산역 섭외에 어려움을 겪던 제작진은 부산영상위원회 도움을 받아 코레일 부산경남본부를 어렵사리 섭외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인공 세명은 물론 주조연 배우들까지 모두 출동한 이 장면은 엄청난 스케일만큼이나 명장면으로 탄생했다.
하지만 이 작품이 지닌 가장 큰 힘은 무엇보다도 배우들의 명연기에 있다. 딸을 잃은 엄마 하경 역을 맡은 엄정화는 과거 어떤 작품에서보다 진한 모성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다.
특히 공소시효가 며칠 안 남았음을 통보받는 장면에서 "약속했잖아요. 반드시 잡아주겠다고 분명히 약속했잖아요"라고 절박하게 외치는 그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엄정화는 범인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강인한 엄마의 모습과 딸을 잃은 것도 모자라 법 제도에까지 희생당하는 절대적 피해자로서의 모습을 절묘하게 오가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살인의 추억' 이후 형사물 제안을 많이 받았지만 특별히 이번 작품에 애착을 느꼈다는 김상경은 "실제로 어린 아들을 키우고 있기에 더욱 영화에 공감이 갔다"고 털어놨다. 그는 진심어린 눈빛과 뜨거운 오열 연기로 눈길을 모았다.
'몽타주'는 주연배우 뿐 아니라 조희봉과 박철민, 정해균, 기주봉 등 조연배우들의 활약도 빛났다. 특히 씬 스틸러 조희봉은 김상경과 함께 사건을 추적하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특유의 감칠맛 나는 연기로 조미료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
극 전개가 다소 늘어지는 느낌과 거듭되는 반전의 당위성에 대한 의문도 고개를 들지만, 영화를 보고나면 쏟아지는 눈물만큼은 참을 수 없을 듯하다. 개봉은 오는 16일.
유수경 기자 uu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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