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애플이 사상최대 규모인 170억달러의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블룸버그 통신 등은 지난 달 30일(현지시간) 애플이 변동금리 채권 30억달러, 고정금리 채권 140억달러를 각각 발행한다고 보도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보고서등에 따르면 애플은 만기가 2016년과 2018년인 변동금리 채권 2종과 만기가 2016년, 2018년, 2023년, 2043년 만기인 고정금리 채권 4종 등 총 6종의 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애플의 이번 채권 발행규모는 달러표시 채권 규모로는 사상최대다. 이전까지 2009년 스위스 제약회사 로슈가 발행한 165억달러가 최대였다. 같은해 미국기업 애브비가 발행한 147억달러가 역대 두 번째 규모였다.
애플이 채권을 발행한 것은 1996년 이후 거의 20년 만이다. 이번에 채권 발행으로 조달된 자금은 주주 환원에 사용된다. 애플은 지난달 23일 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2015년 말까지 1000억달러를 주주들에게 환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애플은 현재 1400억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중 1000억 달러는 해외에 쌓아두고 있다. 이를 미국내로 들여오려면 엄청난 세금을 납부해야하기 때문에 채권 발행으로 상당 부분을 충당할 예정이다.
뉴욕 타임스(NYT)는 애플이 세금 문제 이외에도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의 채권 금리를 감안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최근 월 가에서 발행된 우량 기업 회사채 금리는 금융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 덕분에 최저치 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주에 나이키가 10년 만기에 불과 2.27% 이자율로 채권을 발행했다. 지난 해 11월 마이크로소프트가 발행한 5년 만기 채권 이자율은 0.99%였다. 애플의 경우 대체로 3년 만기 고정금리 채권은 0.6%, 5년 만기는 1.10%, 10년 만기는 2.47%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최고 가치의 기업으로 불리지만 기업 평가 등급은 최고 수준(AAA)을 받지 못했다. 무디스는 AA1등급을, 스탠더드 앤 푸어스는 AA+로 등급을 매겼다. 피치는 "엄청난 현금 유동성 매력보다는 내재된 사업 리스크가 더 크다"며 이보다도 낮은 'A그룹 상단'이란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애플의 채권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투자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CNBC는 애플의 회사채를 매입하기위해 위해 이미 530억 달러의 자금이 대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 주가도 이날 2.94% 올랐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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