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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엔 억울한 벌칙금..은행엔 정당한 운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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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상환수수료, 기한의 이익을 바탕으로 한 계약..논란 커지자 상품별 수수료 차등화 등 보완키로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 아파트를 구입할 때 시중은행에서 1억5000만원의 담보대출을 받았던 A씨는 최근 은행을 찾았다가 분통을 터뜨렸다. 여윳돈이 생겨 대출금을 1년 만에 상환하겠다고 하자 150만원에 달하는 중도상환수수료를 물어야 한다는 설명을 들은 것. 돈을 일찍 갚는 데도 돈이 든다는 얘기에 A씨는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 매월 50여만원의 이자를 계속 내는 것 보다는 일찍 상환하기로 했다. 하지만 A씨는 지금도 150만원의 중도상환수수료를 생각하면 잠을 이루지 못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출금 중도상환수수료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점화됐다. 대출금을 조기에 갚겠다는데 고액의 수수료를 물어야 하는 소비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저금리 시대에 낮은 금리 상품으로 갈아타고 싶지만 중도상환수수료가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당국도 대출 상품별로 수수료를 차등화 하는 등 불합리한 부분을 보완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여론의 뭇매를 맞는 은행권에서는 정상적인 자산관리 체계라고 항변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책정한 중도상환수수료는 대출금의 1.4~1.5% 수준이다. 여기에 대출기간 중 남은 잔존기간에 비례해 소비자가 내야하는 수수료가 정해진다. 제2금융권은 2~4%를 중도상환수수료로 받아 부담은 더 크다. 17개 시중은행이 이렇게 거둔 중도상환수수료 수입은 지난 3년간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언뜻 보기엔 은행들의 배만 불리고 대출자에게는 억울한 제도다. 금융소비자 단체들이 낮은 금리의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소비자 권리를 침해한다며 폐지를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들도 중도상환수수료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가령 3년 뒤 받는 조건으로 대출을 해줬으면 3년 동안의 이자 수익 등을 감안해 자금운용 계획을 세운 것인데 이를 미리 갚으면 감소하는 이자 수익을 보전할 곳이 없고 비용조차 회수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자와 은행은 상호 기한의 이익을 바탕으로 계약을 하는 것인데 이를 해지하면 은행 입장에서는 자금을 운용하는 데 차질을 빚고 결국 비용 부담만 커져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기한의 이익이란 특정 기한을 정했을 때 그 전까지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말한다. 대출자 입장에서는 대출금을 정한 기간 동안 사용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 은행은 그 기간 동안 이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다. 대출금을 조기 상환하는 것은 대출자가 자신의 기한의 이익을 포기하면서 은행의 기한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손해에 대한 배상으로 중도 상환수수료를 내는 것이다. 은행의 수익 추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전문가들도 중도상환수수료의 폐지에는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하고 있다. 금융연구원 금융산업연구실장 김우진 박사는 "만약에 패널티(벌칙)가 없다면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를 내리는 등의 이유로 대출 금리가 인하되면 대출자들은 일시에 상환하고 낮은 금리로 바꾸려 할 것이고 은행은 이 같은 금리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다 떠안아야 한다"며 "이는 소비자만 유리한 비대칭적인 구조이므로 자산관리 차원에서도 패널티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이어 "다만 은행이 중도상환수수료로 거둬들이는 돈이 적정한지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며 "무조건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옳지 않지만 그렇다고 현행 유지를 고수하는 것도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적절한 보완책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철현 기자 kch@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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