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수입이 확 줄었네요."
서울 근교의 한 골프장에서 근무하는 캐디가 털어놓은 이야기다. "2년 전 3월에는 한 달 동안 45라운드를 했고, 작년에도 35라운드까지는 했는데 올해는 30라운드를 겨우 채웠다"고 했다. 2년 전에 비하면 3분의1이상이나 수입이 줄어든 셈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1년 동안 캐디피가 오른 골프장이 많다. 물론 이와는 대조적으로 캐디 없이 플레이하는 '노캐디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 "입장객 줄어서 캐디피 인상(?)"= 보통 18홀 플레이에 1인 4백 기준 팀당 10만원이다. 하지만 지난달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제주도를 제외한 203개 회원제 가운데 1팀 당 캐디피를 12만원 받는 곳은 34곳으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권 25곳을 비롯해 강원권 곳, 충북권 2곳 등이다. 지난해 5월 조사에서는 13곳에 불과했다.
서천범 소장은 "입장객이 적은 고가 회원제에서 캐디의 이직을 막기 위한 조치로 적정 수입을 보장해 주기 위해 가격을 올려 받던 게 지금은 주변 골프장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실제 해슬리나인브리지와 휘닉스스프링스, 잭니클라우스 등 12만원을 받는 골프장들의 입장객 수는 18홀 기준 6만명에 절반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예 12만원이 넘는 곳도 있다. 물론 전문적으로 교육을 받은 프로캐디를 선택하는 경우다. 강원도 고성 파인리즈다. 12만원에서 20만원까지 다양하다. 티칭캐디를 선택하면 20만원이다. 라운드하면서 레슨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렉스필드 역시 전문 캐디를 지정하면 15만원, 잭니클라우스와 베어스베스트 등에서 외국어가 가능한 캐디는 14~15만원이다.
▲ "캐디 없이도 괜찮은데?"= 한국골프소비자모임의 연구에 따르면 국내 골퍼의 80% 이상이 캐디 선택제를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캐디를 의무적으로 동반하지 않고 미국이나 일본 등과 같이 원할 때만 선택하자는 주장이다. 캐디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골프장을 위한 대안이기도 하다. 정식 직원은 아니지만 캐디의 숙식과 교육, 의류 지급 비용 등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골프장의 경영난도 해결해 줄 수 있다.
2008년 제주도 골프장들이 입회금 반환 문제로 고전하면서 경영 개선을 위한 자구책으로 '노캐디제'를 내놨다. 핸디캡이 낮은 골퍼, 시간대 등에 따라 선택적으로 시행했고, 퍼블릭코스를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실제 안성베네스트 퍼블릭이 6월까지 캐디선택제를 실시하고, 이후부터 노캐디제로 전환한다. 광릉포레스트와 엘리시안강촌 퍼블릭,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에콜리안 제천과 정선도 마찬가지다.
요즈음은 사실 GPS 거리측정기 등의 발전으로 '셀프 플레이'도 편해졌다. 해외에서 주로 플레이하는 하는 한 아마추어 골퍼는 "대부분 노캐디로 플레이했고, 불편함을 느낀 적이 거의 없다"며 "오히려 한국에서 캐디의 도움을 받는 게 더 어색하다"고 했다. 비즈니스를 위한 접대 골프문화 때문에 일반화된 캐디서비스가 고급화와 실속주의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
손은정 기자 ej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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