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씨는 골프를 배우기 시작한지 2개월 된 30대 남성입니다.
골프채를 잡은 지 보름 뒤부터 손가락과 손바닥이 많이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양치질하기도 힘들고, 잠을 뒤척일 정도였다네요.
일단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라 그래도 참고 계속 연습했는데 최근에는 왼손 4, 5번째 손가락이 잘 움직여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손가락이 구부러지지도, 펴지지도 않아 골프채를 꽉 잡을 수 없어 결국 병원을 찾았습니다.
L씨는 구력 20년의 60대 중반 여성입니다. 몇 개월 전부터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붓고 아프더니 이제는 잘 움직여지지 않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심하고, 오후가 되면 조금씩 좋아졌습니다. 억지로 구부리려고 하면 손가락 마디가 뚝하면서 통증이 생겼습니다.
두 사례 모두 '방아쇠 손가락'을 가진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손가락이 부분적으로 걸려서 잘 안 움직이다 방아쇠를 당길 때처럼 '딱'하는 느낌이 온다고 해서 지어진 병명입니다. 반복적인 외상과 퇴행성 변화가 원인입니다. P씨는 과도한 연습과 함께 지나치게 힘이 들어간 그립이 문제였습니다. 통증과 붓는 증상이 반복되다가 서서히 진행 되면서 방아쇠 증상으로 이어집니다.
아침에 증상이 더욱 심한 이유는 힘줄과 관절막이 부어있기 때문입니다. 오른손잡이의 경우 좌측 3, 4, 5수지와 손가락과 손바닥이 만나는 부분이 특히 아프고, 손가락이 움직일 때는 '뚝'하는 느낌이 듭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증상이 일어날까요? 손가락은 손바닥 쪽에 구부리는 힘줄이 지나가는데 이 힘줄을 바른 위치로 통과하게 만들어 주는 터널 같은 조직이 존재합니다. 그립을 잡을 때 손바닥과 채가 직접적 닿는 부분이지요.
너무 꽉 잡거나 무리한 충격을 가하면 바로 이 조직과 힘줄이 부어 힘줄이 지나가는 공간이 작아지면서 순간적으로 걸리는 느낌이 옵니다. 일단 운동을 중단하고 이 느낌이 사라질 때 다시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입문 초기가 아니더라도 그립이 너무 낡았거나, 장갑이 헐거워서 힘이 들어가는 경우, 지나친 스트롱그립도 원인입니다. 물리치료와 약물치료, 심한 경우는 수술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송태식 웰정형외과원장(www.wellclini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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