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앞두고 한은에 대한 정부ㆍ여당의 금리인하 압박이 거세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정책 패키지에 당연히 금융부문이 포함된다'는 말로 사실상 한은에 금리인하를 요구했다. 이달 1일에는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한은이 역할을 할 때가 됐다'며 금리인하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3일에는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이 '한은이 금리를 내려주면 더 좋다'고 노골적으로 금리인하를 요구했다.
청와대ㆍ여당ㆍ정부가 이렇게 입을 맞춰 공개적으로 한은에 금리인하 압박을 가한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다. 게다가 비공개적 경로를 통해서도 한은 수뇌부에 금리인하를 종용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지난달 하순 현 부총리가 취임함으로써 진용을 갖춘 새 정부 첫 경제팀이 경기부양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보니 금리인하가 절실한 것이다. 정부가 지난달 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에서 2.3%로 0.7%포인트나 낮춘 것도 그만큼 경제팀이 경기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반증이다. 정부ㆍ여당이 추진하는 추경예산이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도 재정과 통화정책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경기부양이라는 단기적 정책목표가 그보다 상위 가치인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는 없다. 중앙은행과 정부의 관계가 나라별로 많이 다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관치금융의 폐해가 컸던 과거의 경험에 대한 반성으로 한은의 독립성이 법적으로나 국민여론상으로나 중요한 가치로 인정받고 있다. 이는 한은이나 한은의 정책결정기구인 금통위가 제 역할을 잘하고 있느냐와 무관하게 제도적 측면에서 우리가 유지해 온 국민적 합의다.
최근의 침체된 경기 상황에 비추어 학계나 민간업계ㆍ경제연구소 등에서 금리인하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은 뭐라 할 일이 아니다. 기준금리 조정을 비롯한 한은의 각종 통화신용 정책도 당연히 이 분야의 전문가는 물론이고 국민 모두의 비판적 감시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새 정부가 출범한 직후에 당ㆍ정ㆍ청이 대놓고 한은에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것은 한은의 독립성이라는 가치를 훼손하는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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