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미국 역사상 최악의 성적조작 사건에 연루된 애틀란타 지역 교사들이 무더기로 구치소에 수감되게 됐다.
조지아주 풀턴카운티 검찰은 대배심원의 결정에 따라 베벌리 홀(65.여) 전 교육감 등 35명의 교원을 기소하기로 결정했다. 검찰은 이들에게 4월2일(현지시간)까지 풀턴카운티 구치소에 자진 출두하라고 명령했다.
이들 교원들은 조직범죄와 공갈, 절도, 위증, 위증교사 등 65가지 혐의를 받고있다. 대배심은 '수괴' 격인 홀 전 교육감의 보석금을 750만달러로 책정할 것을 검찰에 권고했다.
홀 전 교육감에게 유죄가 인정되면 징역 45년이 선고돼 여생을 감옥에서 보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지아 주정부는 지난 2011년 특별조사를 통해 애틀랜타 지역의 초·중등 공립학교 교사들이 2001년부터 10년 동안 오답을 고치거나 학력평가시험(CRCT) 시간에 학생들에게 정답을 알려주는 각종 부정행위를 저질러온 사실을 밝혀냈다.
정부가 주는 보조금과 성적 향상에 따른 보너스를 받을 목적으로 교사들끼리 서로 짜고 시험 성적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집단 부정행위에 가담한 교원은 38명의 교장을 포함, 44개 학교에 178명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가운데 150여명이 사표를 내거나 재임용에서 탈락해 교단을 떠났다.
미국 교육사에 가장 치욕스런 오점을 남긴 이번 스캔들은 조지 부시 행정부가 2002년 '낙제학생방지법'(No Child Left Behind)을 제정하면서 교사 직무평가와 학교예산 지원을 학생 성적과 연계시킨 것이 발생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다른 일부 지역에서도 교사들의 성적조작이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결국 낙제학생방지법이 유명무실화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미국 교육계의 관심은 홀 전 교육감이 유죄 선고를 받을지에 모아지고 있다. 홀은 자메이카 출신 이민자라는 태생적 한계를 딛고 뉴욕시 퀸즈와 뉴저지주 뉴워크에서 교육감을 지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공교육 경쟁력 향상에 기여한 공로로 2009년 '올해의 미국 교육감'에 선정됐으나 이듬해 성적조작 의혹이 터지자 사퇴했다.
1999년부터 10년간 애틀랜타 교육감으로 재직하는 동안 학생 성적 향상으로 58만달러의 보너스를 받은 그는 자신은 결코 성적조작에 관여한 적이 없다며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 측은 "보복이 두려워 교사의 지시에 따라 답을 고쳤다는 어린 학생들이 많다"며 교사들의 성적조작 행위를 아동 대상 범죄로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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