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컴백..코스피 2000선 탈환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29일 외국인이 12거래일 만에 국내증시에 귀환하며 코스피가 2000선 위로 올라섰다. 최근 연기금 등 기관의 '사자'세를 앞세워 2000선 회복을 시도하던 코스피는 그간 강도 높은 매도 행진을 이어온 외국인의 방해에 번번이 제한적인 박스권을 맴돌던 차였다. 코스피가 추세 상승을 꾀하기 위해서는 외국인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적인 상황이어서, 이날 움직임이 반짝 순매수에 그칠 것인지 외국인의 본격 '컴백'을 예고하는 것인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려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전날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11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이어가며 2조8000억원어치 가까이를 내놨다. 이는 지난해 5월 외국인이 18거래일 연속 '팔자'세를 나타낸 이후 최장기간 이어진 순매도다. 외국인은 이 기간 삼성전자를 1조5681억원어치 팔아치우는 등 시가총액 상위주 중심의 '팔자'세로 지수의 발목을 잡았다. 이날 장 초반 외국인은 12거래일 만에 매수 우위로 돌아서며 기관과 함께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다. 실제로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오전 9시50분 현재 848억원 어치를 사들이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외국인의 '컴백'을 점칠 수 있는 신호들이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간 외국인 '셀 코리아'의 원인으로 작용했던 국내 정책의 불확실성, 뱅가드 펀드의 물량출회, 환율매력 저하,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수그러들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정책 불확실성은 전날 '박근혜 정부 2013년 경제정책 방향' 발표를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상반기 재정 조기집행 목표 60% 초과 달성과 다음달 추경 편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추경은 10조원 이상 실시될 것으로 예상돼, 선진국과 비교해 미약했던 '정책 모멘텀'을 만회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뱅가드 매물 역시 현재 총 9조원 가운데 절반 가까이 소화돼 추가 출회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곽중보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주 2327억원(2.49%)이 추가로 축소되며 현재까지 약 4조3000억원의 비중 축소가 있었다"며 "지난 15일 FTSE지수 산정방식 변경에 따른 일회성 매물출회가 있어 지난 2주 동안 매물 출회 부담이 높았으나, 오히려 2분기에는 뱅가드 선진펀드로부터 자금이 2조원 가량 유입될 수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기적 관점에서는 달러화 안정이 필수적이다. 김지원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달러화 가치 상승에 따라 지난 20일 기준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2주째 유출되고 있으나, 유럽중앙은행(ECB)과 미국 연방준비제도 자산의 최근 흐름상 달러화 안정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최근 북한으로 인한 지정학적 불안감이 커진 상태지만, 이는 한국 시장에 만성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단기 변동성 이상의 영향력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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