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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이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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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이통사 이정일 산업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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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방에 격리된 두 죄수의 시선이 파르르 떨린다. 선택의 순간이다. 나락으로 떨어지느냐 기사회생하느냐. 그들에게 주어진 카드는 두 가지. 범죄를 시인하거나 침묵하거나. 셈은 복잡하다. 둘 다 입을 다물면 1년 형을, 자백하면 5년 형을 각각 받는다. 만일 한 명만 자백하면 그만 풀려나고 침묵한 죄수는 10년 형을 받는다. 어떤 카드를 쥘까?


결과는 싱겁다. 두 죄수 모두 범죄를 시인하고 5년 형을 살게 된다. 인간은 누구나 상대를 고려하지 않고 자기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죄수의 딜레마'다. 그 과정은 협동(침묵)보다 배신(자백)이기 마련이다.

국내 이동통신사가 '죄수의 딜레마'에서 허우적댄다. 보조금 격전 탓이다. 한 이통사가 보조금을 투입하면 곧바로 '쩐(돈)쟁'이 시작된다. 다음 날은 또 다른 이통사가 싸움을 건다. 그 바람에 100만원 가까운 고급 스마트폰이 '공짜'로 판매되는 기현상이 펼쳐진다.


휴대폰 보조금은 미국, 유럽 등도 존재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토착병마냥 유독 고약하다. 이통사간 ‘불신(배신)’에 도화선도 숱하다. 5000만 시장 포화 상태에서 굳어진 '5(SK텔레콤):3(KT):2(LG유플러스)' 황금 구도는 되레 휘발성이 강하다. 한쪽에선 이 구도를 깨기 위해, 다른 쪽에선 이를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보조금을 포함한 마케팅비로 이통 3사는 작년에 7조7950억원을 쏟아부었지만 5대3대2 구도는 여전하다.

유통망과 제조사도 논란을 거든다. 유통망은 이통사와 제조사가 제공하는 보조금으로 연일 호객 행위다. 가입자를 확보해야 이윤을 챙길 수 있으니 감언이설을 서슴치 않는다. 휴대폰 제조사들은 또 어떤가. '제조사 보조금'이란 명목으로 과열을 부추긴다. 우리나라 휴대폰 교체주기가 26.9개월로 일본(46.3개월), 핀란드(74.5개월)보다 짧은 것도 그래서다. 소비자들도 시장 왜곡을 꾸짖으면서도 보조금 과열이 내심 반갑다. 결국은 이통사와 제조사, 판매점, 소비자가 엮인 복마전이다.


청와대가 발끈하자 대책들이 쏟아진다. 보조금 상한선을 지금의 27만원에서 더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우선 눈길을 끈다. 27만원 상한선은 2010년 피처폰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니 스마트폰 시대에 맞게 현실화하자는 주장이다.


과징금이나 영업정지인 지금의 불법 보조금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통사가 제조사로부터 스마트폰을 구매한 뒤 소비자에게 되파는 구조를 '이통사 가입-단말기 구매'로 분리해야 한다는 꾸짖음도 거세다. 이통사의 영향력을 줄이면 보조금 논란이 개선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과연 해법은 무엇일까?


천재 수학자 존 내쉬는 '죄수의 딜레마'를 바탕으로 '내쉬 균형' 개념을 정립해 노벨경제학상(1994년)을 받았다. 그의 삶을 다룬 영화 '뷰티풀 마인드(2002년 개봉)'의 인상적인 장면 하나. 존 내쉬가 친구들과 함께 바를 찾았을 때 멋진 여성을 발견하고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저 금발 미녀를 차지하려고 쟁탈전을 벌이면 그녀의 콧대가 높아지고, 그녀의 친구들도 우리를 매몰차게 거절할 거야. 그런데 우리가 저 미녀를 넘보지 않는다면? 쟁탈전은 없고 그녀의 친구들도 기분이 상하지 않아. 금발 미녀를 차지할 수는 없지만 우리 모두는 그녀를 포함한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이통사들도 금발 미녀(통신) 쟁탈전 대신 친구들(탈 통신)에 접근한다면? 미녀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면 보조금 경쟁은 자연스럽게 상쇄된다. 내쉬 균형이 강조하는 '전체의 이익'에도 부합한다. 마침 이통사들도 콘텐츠ㆍ서비스 등 '탈 통신'을 선언했다. 보조금 논란의 해법은 결국 이통사 스스로 쥐고 있는 것이다.


이정일 산업2부장 jaylee@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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