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계좌 하루 28만개서 8만개로 급감
"재산형성 아닌 재산유지" 무용론도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금융권에서 재형저축 유치를 위한 과열경쟁 양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와 별개로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선 '재형저축(근로자재산형성저축)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있다. '재산형성'이 아니라 '재산유지' 수준에 불과하다는 조롱도 나온다. 혜택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면서 신규가입자 수도 가파르게 줄어드는 모습이다.
14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판매 첫 날(6일) 28만개에 육박하던 재형저축 신규개설 계좌 수는 판매 6거래일째인 13일 8만개(오후 4시 집계 기준)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누적 계좌수는 총 82만6419건이다.
상품 출시 당시 연봉 5000만원 이하 급여소득자 620만명, 종합소득 3500만원 이하 자영업자 280만명 등 최대 900만명이 재형저축에 가입할 것이라는 은행권의 전망을 고려한다면 가입 가능한 풀의 9% 수준이다.
재형저축과 관련, 일부 소비자들은 관망세로 돌아섰다. 산업은행의 다이렉트 재형저축이나 일부 제2금융권 상품을 기다리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모든 금융권에서 관련 상품을 출시하고 나면, 면밀한 비교분석을 마친 금융소비자들의 가입이 다시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재형저축에 대한 열기는 차분해지고 있다. 각 금리에 따른 이자효과를 계산해보면 재산을 '형성'한다기 보다 단순히 '유지'시켜 주는 적금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있다. 이름을 '재산유지저축'이라고 바꿔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향후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희박한 데다가, 현재의 최고금리인 4.6%도 급여이체나 신용카드 실적이 뒤따라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재형저축은 단리상품이기 때문에, 개인이 저축은행의 고금리 정기적금 상품에 짧은 단위로 반복 가입해 복리효과를 노리는 게 더 나을 것이라는 제안도 등장했다.
인터넷 상에선 재형저축과 관련된 우스갯소리가 돌기도 했다. "소개팅에 나가면 절대 재형저축 가입했다고 하지 말라"는 얘기다. "가입했다고 하면 차인다. 왜냐하면 연봉 5000만원이 안되는걸 알게되기 때문"이라는 것. 관련 상품이 실제 재산형성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데다가 고액연봉자인지 여부를 분류하는 비교수단일 뿐이라는 냉소(冷笑)다.
이와관련 금융권의 한 간부는 "재형저축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저축'이지 '재형'이 아니다"라면서 "수입의 일부를 따로 떼어내 미래를 위해서 오랜 기간 모은다는 적금의 개념에 정부가 비과세로 혜택을 준다는 인식 정도가 알맞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금융회사의 과도한 마케팅이나 언론의 부추김에 마치 당장 안하면 손해라도 보는 것 처럼 여겨졌었는데 이러한 현상이 오히려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근 소비에 집중됐던 관심이 잠시나마 저축으로 선회하고 있는 사회분위기는 긍정적인 것"이라면서 "이에 따른 저축률 상승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김현정 기자 alph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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