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감독님의 믿음이 있어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부상 악몽에 시달리던 김정우(전북)가 오랜 기다림 끝에 제자리를 찾고 있다. 시즌 초반부터 공격 포인트를 쏟아내며 부활을 예고한다.
김정우는 1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저우 에버드란데(중국)와 2013 아시아축연맹(AFC) 챔피언스리그 F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려 1-1 무승부의 발판을 마련했다.
경기 흐름을 한 순간에 바꾼 의미 깊은 득점이었다. 전북은 무리퀴(브라질), 가오린, 롱하오 등을 앞세운 광저우 공격진의 파상공세에 밀려 초반부터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위기에서 김정우의 발끝은 위력을 떨쳤다. 전반 27분 아크 정면에서 박원재의 패스를 받아 수비 한 명을 제치고 정교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 구석을 갈랐다. 골키퍼가 힘껏 몸을 날렸지만 손을 쓸 수 없는 예리한 각도였다.
인상적인 활약은 수비에서도 빛을 발휘했다. 정혁과 함께 중앙 미드필더로 호흡을 맞춘 김정우는 광저우의 '중원사령관' 다리오 콘카(아르헨티나)의 발을 꽁꽁 묶었다. 호화 멤버를 자랑하는 상대와 팀이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김정우는 "상대 용병이 워낙 막강해 쉽지 않은 경기였다. 중원에서 순식간에 밀고 올라오는 능력이 탁월하다. 잠시도 방심할 수 없었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지난해 거액의 몸값으로 전북에 둥지를 튼 김정우는 시즌 초반 입은 오른 발목 부상으로 오랜 부진에 시달렸다. 극심한 마음고생에 외부 노출마저 꺼려 구단 관계자들의 애를 태웠다.
반전의 계기는 새로 지휘봉을 잡은 파비오 감독대행의 무한 신뢰. 몸에 맞는 수비형 미드필더 임무를 부여하고, 자유로운 움직임을 주문하며 용기를 북돋았다. 안정을 되찾은 김정우는 울산과의 K리그 클래식 2라운드에서 결승골을 어시스트한데 이어 ACL 무대에서 시즌 마수걸이 골까지 성공시키며 기대감을 높였다.
김정우는 "지난해는 여러 모로 너무 안 풀리고 적응하기 힘든 시즌이었다"라고 회상한 뒤 "지금은 다쳤던 발목이 완쾌됐고, 서상민과 정혁이 중원을 커버하면서 원하는 플레이가 나오고 있다. 감독님과 꾸준한 대화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파비오 감독대행 역시 "김정우의 골은 경기 흐름을 바꾼 중요한 장면이었다"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김흥순 기자 sport@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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