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안철수 전 교수의 귀국을 하루 앞둔 10일 민주통합당과 진보정의당 등 야권과 안 전 교수측 인사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다.
민주당은 안 전 교수가 출마의사를 밝힌 4·24 재보궐과 5·4 전당대회라는 당 안팎의 정치지형 변화를 앞두고 백가쟁명식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고 진보정의당은 안 전 교수가 출마의사를 밝힌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인 노원병에 노 전 의원의 부인을 전략공천하면서 맞불과 함께 반(反)안철수 여론몰이에 들어갔다.
반면 안 전 교수측은 안 전 교수가 불러올 정계개편을 주도하고자 안 전 교수를 중심으로 한 세(勢)몰이 채비에 나서는 모습이다.
◆민주, 정부조직-안철수-5.4전대 쉬운게 없다=민주당은 안 전 교수의 등장으로 가장 난감해진 쪽이다. 정부조직법의 교착상태가 계속되고 민주당의 방송중립성 3대요구안으로 여론의 분위기가 나빠지고 있다. 대선패배의 후유증을 털고 당 재건을 하려는 노력들도 안 전 교수의 출마의사와 전당대회를 둘러싼 내홍으로 빛이 바래고 있다. 여기에 안 전 교수마저 '예상보다 빨리' 정치 전면에 등장하면서 야권 리더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문희상 위원장이 지난 8일 비대위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정부조직법 무산시 중대결심을 하겠다고 밝힌 것은 여야의 협상을 독려하는 것을 넘어 당내 위기감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문 위원장은 비대위 출범 시작부터 박근혜정부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야간 협상이 20여차례에 걸쳐 진행됐음에도 2월 국회 처리가 무산된 데다 3월 국회는 의사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연일 여론을 통해 온도차를 두고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지만 정작 민주당으로서는 퇴로는커녕 출구전략 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박기춘 원내대표가 MBC 김재철 사장 퇴진 및 검찰 수사, 언론청문회 개최 등을 포함한 3대 요구안을 제시한 것은 실기(失機)라는 지적이다. 정부조직법 본질과는 무관한 사안이고 방송사 사장 사퇴를 새누리당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제로(0)였다. 오히려 민주당에 대한 여론만 나빠졌다. 민주당으로서는 정부조직법을 계속 붙들고 있을 경우 득보다 실이 더 커질 수 밖에 없어 조속한 타결이 선결과제다.
◆노원병, 안철수-정의당-진보당에 민주까지 난립우려=안 전 교수가 노원병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정치세력화에 나설 경우 민주당으로서는 운신의 폭이 더 좁아진다. 안 전 교수의 노원병 출마를 두고 당내에서는 안 전 교수에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과 안 전 교수와 무관하게 공천을 내야 한다는 주장, 야권단일화 후보를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 등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까지는 민주당이 공당이라는 점에서 후보를 내야하며 안 전 교수의 정치적 거취에 대해서도 안 전 교수가 판단해야 할 문제라는 원론적 입장이다. 당대표에 출마를 선언한 이용섭 의원은 "민주당이 공당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노원병에 후보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 전 교수측이 '기계적 단일화'에 선을 긋고 있고 진보정의당, 통합진보당도 후보를 내겠다고 공언해 야권 후보 난립으로 야권강세지역인 노원병의 표심이 분산돼 새누리당의 어부지리로 작용될 수도 있고 이 경우 민주당이 오히려 책임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노회찬 전 의원의 부인 김지선씨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노회찬, 심상정 공동대표 등 당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출마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안 전 교수를 겨냥해 "새 얼굴이 새 정치인가, 국회의원 수를 줄이는 것이 새 정치인가"라고 반문한 뒤 "이번 선거는 거대권력에 대한 국민심판의 의미가 큰 만큼 안 전 교수에게 양보해 달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文-安 대선과정 뒤늦은 공방=문재인 전 후보와 안철수 전 교수측은 민주당의 대선평가위원회 중간보고를 전후해 뒤늦은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다. 대체로 안 전 교수측이 야권단일화 후보논의과정에서 문재인 전 후보와 민주당측에 "양보를 하면 민주당에 입당해 후보를 하겠다"거나"문 전 후보를 지지하면 미래대통령으로 밝혀달라"는 등의 요구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안 전 교수측은 모두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한상진 대선평가위원회의 중간활동결과보고에 대한 뒷말도 나온다. 대선평가위는 "패배의 책임이 있는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문 전 후보의 의원직 사퇴 등이 거론되자 "문 전 후보의 국회의원직 사퇴와 같은 구체적인 방식을 논의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태년 의원은 논평을 내고 "단일화와 관련한 한 위원장의 발언이 유독 민주당과 문 전 후보에 대한 비판에 주로 맞춰졌다"라며 "대선평가가 오히려 민주당을 더욱 수렁으로 몰아넣고 지지자들을 떠나게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상진 위원장이 지난 6일 오찬간담회에서 한 '쓴소리'는 귀기울일 만하다. 그는 "민주당은 자기에게 유리하게만 생각하고 비판을 안 받으려 한다. 척박한 느낌"이라면서 "무너질 조짐이 있을 정도로 위험하다. 말로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고 말했다. 그는 안철수 전 교수 측과의 재연대 가능성에 대해 "민주당도 자신만으로는 승산이 없고 '안철수 현상' 안에 잠재력이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면서 "(단일화 과정을 거치며) 양측의 신뢰가 무너졌는데 대화를 통해 앙금이 풀리면 좋은 가능성이 생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안철수신당 뜨면 정당지지도 2위...움직이는 안측들= 안 전 교수의 대선캠프에서 활동했던 인사들과 안 전 교수를 지지하는 지역포럼등 안 전 교수측 세력화는 이미 시작됐다. 안 전 교수의 캠프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은 '새정치연대 준비모임'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이날 오후 영등포역사에서 '새정치전망과 야권재편'을 주제로 토론회를 갖기도 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안철수 신당'은 야권에 위협적이다. 한국갤럽이 4∼7일간 성인남녀 1239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 결과(표본오차 ±2.8%포인트, 95%신뢰수준)에 따르면, 안철수 전 교수가 신당을 창당할 경우 정당지지도는 새누리당 37%, 안철수 신당 23%, 민주통합당 11%, 통합진보당 1%, 진보정의당 1%, 의견유보 28%였다.
민주당 내에선 자성론이 확산되고 있다. 전병헌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 대선 패배이후 과반이 넘는 국민들이 그토록 아파했는데 지금 민주당의 모습이 위로를 주고 있는지 다시 한번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때"라면서 "안철수 전 원장의 노원병 출마를 시비걸기 전에 우리의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은 안 전 원장에 대한 견제가 아니라 민주당이 먼저 변화하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며 "사심과 사심의 굴레에서 벗어나 '오체투지의 고행'의 자세로 민주당은 더 엎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환 의원은 한 라디오에 나와 안철수신당와 관련 "정계개편과 신당창당이 임박해 있다. 폭풍우와 쓰나미가 밀려닥치고 있다"며 "우리가 자초한 셈이다. 폭풍우가 몰려오는데 문고리를 잡고 니것 내것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크게 보고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의 안철수신당합류를 거의 불가능하다고 전망하면서 "의석을 늘려갈 수 있겠지만, 민주당 의원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힘들 것" 이라며 "무엇보다 국민의 지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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