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대기업의 불공정행위가 인정되더라도 곧장 경쟁사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까지 이어지진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의 메신저 등 자사 상품 결합판매 이른바 ‘끼워팔기’ 사건에서다. 손해의 원인이 또렷하지 않은 이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디지토닷컴이 MS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대법원은 “디지토닷컴의 사업 실패 또는 시장 상실과 MS의 끼워팔기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2000년부터 시작한 끼워팔기로 MS의 메신저 프로그램 시장점유율이 상승하였을지라도 다른 경쟁 사업자의 점유율은 크게 변동되지 않거나 오히려 상승한 점 등에 비춰 끼워팔기의 효과가 다지토닷컴에 바로 나타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앞서 다음은 MS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고 2004년 ‘끼워팔기로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냈으나 광고 및 사업 협력 기회 제공 등을 대가로 이듬해 합의했다.
이후 공정위는 2006년 MS 및 한국MS에 대해 자사 컴퓨터 운영 프로그램인 윈도에 메신저와 미디어서비스를 끼워 판 책임 등을 물어 모두 324억 9000만원의 과징금 부과와 함께 시정명령을 냈다. MS는 처분에 불복하고 이의신청을 냈다.
공정위는 그러나 ‘정상적인 거래관행으로 볼 수 없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다만 메신저 등 특정 끼워팔기의 위법성 여부는 개별적으로 판단하라며 시정명령만 취소했다. MS는 행정소송까지 공정위와 다툼을 이어가다 취하했다.
이에 국내 메신저 프로그램 개발업체 디지토닷컴도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했다”며 2007년 MS 및 한국MS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앞서 1·2심은 “PC운영체제에서 독보적인 시장지배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MS가 그 지위를 이용해 끼워팔기라는 바람직하지 않은 경쟁 수단을 사용, 타 사업자와의 경쟁을 배제하는 것이라고 봄이 상당해 경쟁제한성이 인정된다”며 “결국 기술혁신을 감소시켜 궁극적으로 공정한 경쟁과 혁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소비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디지토닷컴의 메신저 사업 실패는 해외 진출이나 인터넷 커뮤니티의 포털화 실패 등 내부 사정과 2000년경 발생한 이른바 ‘벤처기업 거품의 붕괴’ 등 당시 경제 사정으로 말미암아 이듬해 사실상 사업을 포기한 것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고, 끼워팔기로 메신저 시장을 상실하였다고 볼 수 없다”며 “끼워팔기와 사업실패 사이의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박나영 기자 boh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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