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이나 이혼한 마거릿 미드에게/기자들이 왜 또 이혼했느냐고 물었다/그때 그녀가 되물었다/"당신들은 그것만 기억하나/내가 세 번이나 뜨겁게 사랑했다는 것은/묻지 않고"//시 쓰는 어려움을 말한 루이스에게/독자들이 왜 하필 시를 쓰느냐고 물었다/그때 그가 되물었다/"당신들은 그것만 묻나/내가 몇번이나 간절히 무지개가 있는/세상에서 살기를 원했다는 것은/묻지 않고"
■ '살았다'는 말은, 목숨을 영위하는 엄숙한 명제같지만, 사실은 밥하고 반찬하고 밥상에 둘러앉아 밥먹고 키스하고 사랑하고 일하고 여행하고 또는 미워하고 슬퍼하고 술마시고 잠드는 일까지, 생의 자잘한 지문으로 남겨지는 모든 것이 들어가 앉는다. 당신과 살았다는 말은, 흘러가는 목숨의 일부를 기적처럼 함께 꿰차고 두 개의 생이 하나의 생으로 겹쳐지던, 그 이상한 자아소멸의 기억을 참 소박하게도 새겨놓은 그 말이다. 사랑할 수 있는 집구석이 있어야 가능한 말, 그 집구석이 남아 있어도 떠나갈 수 있는 잠정적인 말, '사랑했다'는 과거형의 말보다도 더 슬픈 말, 너와 잠시 살았다는 말.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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