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이 폐지된 지 18년 만에 부활된다. 다음 달 6일부터 은행ㆍ보험ㆍ증권ㆍ자산운용 등 금융업권별로 순차로 상품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금융회사들은 이미 지난달부터 영업점에서는 물론 거리에 나서서까지 재형저축 홍보 겸 가입권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직장인 중에는 재형저축 상품이 나오면 바로 가입할 생각으로 기다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문제는 전반적인 저금리 상황에서 재형저축 금리만 현저하게 높을 수는 없다는 데 있다. 가입자 유치 경쟁을 벌여야 하는 금융회사들 스스로 금리를 조금이라도 더 높여 보려 한다. 하지만 그래봐야 연 4%선을 턱걸이하는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자소득세(15.4%) 비과세 효과까지 더하면 재형저축의 실질금리는 4%대 중후반 정도일 것이다. 과세되는 일반 저축상품의 평균 실질금리와의 차이는 1%포인트 전후로 예상된다.
이왕 저축하는 거라면 이 정도도 작은 차이는 아니다. 연간 총급여 5000만원 이하 근로자나 종합소득 3500만원 이하 사업자여서 가입조건에 맞는 사람들은 우선적으로 선택할 만하다. 그러나 서민들로 하여금 재산형성의 꿈을 갖고 최대한 내핍생활을 하며 저축하게 하기에는 미흡한 감이 있다. 과거의 재형저축은 정부의 재정지원도 있었기에 비과세 혜택까지 더하면 실질금리가 최소 연 20%였다. 시중금리가 10%를 넘나들던 당시를 지금과 바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이번에 재도입되는 재형저축의 예상 실질금리에 비해 5배 정도였다.
현재의 상품설계만으로는 재형저축이 이름 그대로 '근로자 재산형성'를 돕는 데 한계가 있다. 재형저축에 넣은 돈은 가입한 금융회사에 7~10년간 묶이도록 돼 있다. 금융회사들이 이를 안정적인 장기자금 조달로 보고 그 이점을 인정한다면 금리를 지금 거론되는 수준보다 좀 더 높게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민간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이 주장한 대로 고객이 가입한 뒤에도 다른 금융회사의 재형저축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도록 정부가 보완조치를 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금융회사 간 금리경쟁이 촉진될 것이다. 기업이 종업원의 재형저축을 매칭 방식으로 지원하는 데 인센티브를 주거나 정부가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해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도 검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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