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들이 캐나다에서 고등학교에 다닐 때 일이다. 오랜만에 큰아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캐나다에 갔다. 어느 날 오후 학교 앞에 차를 대고 아들이 하교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앞에서 아들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 반가움에 창문을 내리고 아들에게 손짓했다. 그러나 아들은 외국인 친구들과 어울려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금방 오겠거니 했지만 이야기는 십여분 동안 계속됐다. 아들은 나를 힐끔거리면서도 계속 친구들과 어울렸다. 화가 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왜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했냐고 아들을 질책했다.
아들은 시무룩해져서 말을 하지 않았다. 나중에 아내가 하는 말이 아들은 외국인 친구들과 영어로 대화하며 친해져 있는 모습을 내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이런 이유였다니. 오랜만에 만난 아빠에게 많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아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것이다. 정말 미안했다. 물론 지금은 갈등이 생길 때마다 장성한 아들과 술 한잔 같이 하면서 대화로 풀 수 있을 정도로 세월이 흘렀지만 말이다.
아들을 키우면서 세대 차이라는 말을 이해했다. 세대 차이가 심화되면 세대 갈등이 되기 마련이다. 세대 갈등은 소통의 부재에서 비롯되는 게 대부분이다. 가족 간의 세대 갈등은 노력과 대화로 풀면 되지만 사회적 세대 갈등은 그리 간단한 게 아니다. 얼마 전 끝난 대선만 봐도 그렇다. 흔히 이번 대선을 2030세대와 5060세대의 대결이라고 부른다. 베이비붐 세대와 에코 세대. 사회학적으로 5060세대와 2030세대를 일컫는 용어이다.
전후 출산붐을 타고 1955~1963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와 베이비붐 세대의 자식세대로 1979~1992년에 태어난 에코세대. 그들은 각각 부모와 자녀, 생산과 소비, 공동체와 개인주의를 상징할 뿐만 아니라 정치ㆍ문화ㆍ경제ㆍ가치관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상이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발전적인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하루속히 양 세대의 소통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커피업계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커피는 두 세대를 모두 만족시키는 매개체라고 본다. 또한 이러한 경영 정책이 사회적 책무라고 생각한다.
우선 프랜차이즈 본사는 무엇보다 건강하고 투명한 운영을 통해 가맹점주들과의 돈독한 파트너십을 만들어야 한다. 가맹점주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귀담아들으며 그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우선되어야 한다. 가맹점주들의 온전한 매출을 보전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은 두말할 나위 없다.
본사와 가맹점이 함께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의 틀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곳에도 기본적인 원칙과 방법론은 존재하고 있다. 서로의 상생을 위한 기본적인 생각은 자신보다는 상대방을 위하고, 하나를 더 갖겠다는 욕심보다는 서로가 동등하게 커 나갈 수 있는 관점을 갖게 된다면 소통의 기본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소통의 기본은 형식과 기득권을 모두 내려 놓고 상대의 마음을 진심으로 받아주는 것이다. 본사와 가맹점의 생각과 의지가 한 객체의 생각에 지배당하지 않아야 한다. 소통의 자리가 또 다른 불통으로 이어지는 이유는 바로 소통의 기본이 무시되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고객을 위한 노력으로 서비스의 기본인 '맛'과 '친절'을 지키기 위한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이는 외식업에 있어서 고객들과 '소통'하는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속상한 일이나 풀어야 할 갈등이 있을 때 상대방과 커피를 사이에 두고 천천히 이야기해보자. 그러면 어느새 '갈등'이라는 단어는 멀어지고 상대방과 가까워져 있을 수 있다. 소통, 배려, 경청 등의 가치가 커피 한잔에 있다는 게 신기하지 않은가. 이게 바로 커피의 힘이다.
문창기 이디야커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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