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을 이양받을 차기 박근혜 정부의 총리ㆍ장관과 청와대 비서실 등 주요 인선이 늦어지면서 국정이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주요 인선에 대한 발표가 임박했다는 이야기만 나오면서 시간이 흘러가자 공직사회가 손을 놓은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통상교섭 기능과 원자력안전위원회, 산학협력 기능 이관 등 차기 정부 정부조직 개편안을 놓고 현 정부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대립하고 있다.
국회 청문회 등 일정을 고려할 때 차기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한동안 현 정부 장관들이 그대로 일하는 형태로 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일부 장ㆍ차관 등 정무직들 사이에서 '대통령 취임일인 25일 이후는 모르겠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고 한다. '대학에 돌아가겠다' '해외로 나가겠다'는 말도 나왔다. 긴장해야 할 정권교체기에 오히려 국정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금 한반도를 에워싼 상황은 초긴장 국면이다. 북한은 3차 핵실험을 강행할 태세다. 이 와중에 국방부 장관은 한가롭게 사우디아라비아로 해외출장을 갔다. 일본 아베 정권은 무차별 엔저 공세에 이어 총리실 직속으로 독도 전담부서를 두기로 했다. 중국도 이미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를 다룰 영토분쟁 전담 조직을 설치했다. 한국 외교부는 어떤가. 통상교섭 기능을 산업통상자원부에 빼앗길까봐 대통령직 인수위와 다투고 있다.
경제 상황도 심각하다. 급격한 '원고(高)엔저(低)' 여파로 수출이 감소하는 가운데 기업실적이 악화되고 투자는 냉각되고 있다. 원화가치가 18개월래 최고로 오른 가운데 엔화 가치는 31개월래 최저치다. 하지만 환율 급변동과 금융시장 혼란에 적절히 방호막을 쳐야 할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위기 대응을 지휘하는 컨트롤타워가 없다.
지난해 12월 대통령선거 이후 연말연시 금쪽같은 시간이 허송되고 있다. 정권이 여당에서 야당으로 바뀐 것도 아닌데 협조 체제가 이래선 곤란하다. 이명박 정부 각료들은 현 정부 임기인 25일까지 적당히 시간을 때우려 들어선 안 된다. 신임 장관들에 대한 청문회가 끝나 차기 정부 내각이 구성될 때까지 책임지고 부처를 이끈다는 자세로 국정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정권 인수인계 시기에 국정 혼선을 최소화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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