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단기간에 이뤄낸 모범사례로 전 세계로부터 칭송받고 있다.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가 이렇게 발전한 데에는 온 국민의 끊임없는 노력과 함께 정치ㆍ경제 분야 많은 사람들의 헌신이 밑바탕에 자리 잡고 있다. 무엇보다 세계 최고 수준인 국민의 교육열과 이를 통해 양성된 우수한 과학기술 인력은 우리나라가 성공적으로 과학입국에 진입해 선진국 수준의 경제수준을 달성하게 한 주춧돌이다.
이러한 배경에 더해 박근혜 정부는 상상력과 창의성, 과학기술에 기반한 경제운용으로 신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하는 '창조 경제론'을 제안하면서 이를 이끌어갈 새로운 조직으로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를 신설했다. 이는 창의적인 과학기술ㆍ문화 인력이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가야 할 것이라는 판단과 함께 '기초연구-응용연구-산업화연구-상품개발'로 연계되는 연구개발(R&D) 전주기를 과학기술 컨트롤 타워인 미래부에서 관장하게 하려는 것으로, 산업사회에서 지식기반사회로 진입하는 우리나라에 매우 시의적절한 대책이라 할 수 있다.
평생을 대학에서 보낸 이공계 대학교수의 한 사람으로서 필자에게는 창의성의 단초를 여는 대학의 연구를 미래부에서 어떻게 지원하게 될 것인지, 그리고 연구개발의 성과가 어떻게 응용기술과 사업화에 연계돼 창조경제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게 될 것인지가 가장 큰 관심사이다.
고도의 지식기반 정보화 사회에서 모든 학문과 기술은 서로 융합돼 발전할 뿐만 아니라, 창의적 지식 창출을 담당하는 대학으로부터 외부로의 조속한 학문 이전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관건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선 창의적ㆍ혁신적 아이디어의 대부분이 개인차원에서 비롯됨을 직시하고, 개인 단위의 기초연구부터 미래부가 담당하게 함으로써, 창조경제의 밑바탕이 되는 창의적 아이디어의 발현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우수한 기초연구 성과가 산업기술 및 상용화 R&D에 연계돼 산업계와 경제사회 전반에 막힘 없이 흘러나갈 수 있도록 유기적인 국가 R&D 지원ㆍ관리 체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미래부의 성공은 기초연구, 응용개발연구, 산업화, 창업이라는 연구개발의 전주기 시스템을 얼마나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는지에 달려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최근에 논의되고 있는 미래부 조직안은 아쉽기 짝이 없다. 미래부를 둘러싸고 조직 비대화, 비효율성 등 각종 논란이 제기되고 있으나, 정작 미래부가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본질적인 기능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가에 대한 검토는 아직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지식경제부의 산업기술 R&D 등이 미래부 영역으로 흡수되지 못하고 기존 부처에 잔류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전주기적 연구개발 지원 체계 구축에 빨간불이 켜졌음에도 불구하고, 미래부 비대화 등 외형적인 문제만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와 같이 기초원천연구와 산업기술 R&D가 분절된 체계에서는 기초연구 성과가 산업화로 연계되지 못하고 중간에 사장돼 버리는 R&D의 비효율이 지속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박근혜 정부가 내세우는 과학기술 중심의 국정운영과 창조경제의 실현의 커다란 장애가 될 것이다.
이제는 각 부처가 기존의 조직 논리에서 벗어나 무엇이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에 득이 되는지부터 심사숙고해야 할 시점이다. 이를 R&D 업무 조정 및 통합의 가장 큰 기본가치로 삼아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미래부가 창의적 개인 연구부터 산업화 연구에 이르기까지 전주기적인 연구지원을 관장함으로써 창의적인 지식창출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높여 나가는 희망적 부처가 되기를 바란다.
임한조 아주대 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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