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장승기·박봉림 기자]
전남 진도 선진농협, 농민 상대 조직적 고리사채업 의혹 충격
농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농협 직원들이 농민을 상대로 조직적인 고리사채업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다.
전남 진도군에서 농사를 짓는 A씨는 최근 몇 년 동안 지속되는 농산물 판매 부진 등의 어려움에 직면하자 농협(선진)에서 농지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농사일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으면서 A씨의 대출금은 연체가 됐고, 지난해 연말 농협의 상환 압박에 부담감은 커져만 갔다.
이 때 대출을 받은 선진농협 해당 마을 담당직원인 B씨가 A를 찾았다. B씨는 A씨에게 “농협 C과장이 사채업도 하고 있으니 만나서 빌려 상환할 것”을 권유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A씨는 결국 2012년 마지막 날인 31일 ‘울며 겨자 먹기’로 이자가 연 160%에 달하는 사채를 빌렸고, 10일 뒤인 9일 갚았다.
A씨는 “당시 상환을 못하면 ‘농지를 경매 처분할 수밖에 없다’는 농협 직원 B씨의 말에 어쩔 수 없이 C씨로부터 고리의 사채를 쓸 수밖에 없었다”며 “671만 원을 빌린 후 10일 만에 이자 29만 원을 포함해 700만 원을 모두 변제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조합원 최모씨(46)는 “조합장이나 감사를 맡는 이들이 자리만 지키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터진 것 아니냐”며 “하루빨리 중앙회 감사와 경찰 수사 등을 통해 선량한 농민들이 피해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민 김모씨(57)도 “많은 농민들이 농협을 통해 대출을 받는 등 왕성한 금융 관련 거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사례가 더 있을 개연성이 크다”며 “또 다른 피해자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선진농협 조합 측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덮기에 급급했다.
조합장 조모씨(60)는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사채업을 했는지, 아니면 연체자와 지인이어서 도와주는 관계로 봐야 할지 등을 자체 감사나 중앙회에 의뢰하지 않고 직접 조사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선진농협 한 감사도 “직원들의 조직적인 사채업에 대한 감사는 처음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되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조합에 알아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협 전남검사국 한 관계자는 “직원이 사채업은 물론이고 직무와 관련된 일로 알선을 하고 그 대가로 금품을 받을 수 없게 돼 있다”며 “직원들이 사채업에 나선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조사를 통해 진상을 밝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선진농협 C과장은 “A씨로부터 통장을 통해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사채는 아니다”며 “이자는 직원들하고 회식하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장승기·박봉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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