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려 자존심만 구긴 귀뚜라미
귀뚜라미, 자존심 두번 구겼다
공정위 "경동광고 허위 아니다" 결론
귀뚜라미 공연히 경쟁사 홍보만 해준 셈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거꾸로' 보일러 시리즈로 유명한 귀뚜라미보일러(이하 귀뚜라미)가 기술혁신보다는 타사 흠집내기에 열중하며 보일러업계의 눈총을 사고 있다.
2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달 초 경동나비엔의 '허위ㆍ과장광고'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귀뚜라미가 지난해 8월 말께 경동나비엔이 광고와 홈페이지, 제품 브로셔 등에 '국가대표', '국내 1위 보일러' 등의 표현을 썼다며 고발한 데 대해 3개월만에 경동나비엔 측의 손을 들어준 것.
이에 따라 국내 보일러업계의 1위 논쟁에서 경동나비엔이 사실상 승자가 됐다. 귀뚜라미와 경동나비엔은 최근 몇년간 국내 판매량 1위 지위를 두고 서로가 1등이라고 주장하며 평행선을 달려왔다. 하지만 보일러 판매량을 집계하는 공인된 기관이 없어 검증이 불가능했으며, 어느 업체가 1위인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돼 왔다.
하지만 공정위가 조사한 결과 지난 2011년 경동나비엔은 국내 보일러매출 1위를 기록했다. 수출실적 역시 1위임을 감안하면 명실상부한 국내 1위 보일러업체가 된 셈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내 1위'라는 표현이 허위인지 조사하는 과정에서 다른 업체들의 데이터를 모아 비교했다"며 "2011년은 경동나비엔이 1위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국가대표' 표현에 대해서도 공정위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이 관계자는 "단기간 내 1,2위를 한 것이 아니라 꾸준하게 상위권에 머무른 업체"라며 "국가적으로 봤을 때 경동나비엔 정도면 국가대표라는 표현을 쓸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경동나비엔은 지난 해부터 보도자료ㆍ브로셔 등에 국가대표 보일러라는 광고문구를 사용했으며, 지난해 10월달에는 TV광고에도 이 단어를 썼다.
귀뚜라미 측은 혹 떼러 갔다가 혹을 붙인 격이 됐다. 1위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것을 스스로 알리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흑색선전으로 업계를 진흙탕으로 만들었다는 비난에서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한 보일러업계 관계자는 "공식 기록은 없었지만, 업체들 대부분이 자체 추산을 통해 경동나비엔이 국내 판매 1위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며 "1위를 따질 여력이 있으면 좋은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선보이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귀뚜라미는 지난해 9월 최진민 귀뚜라미 회장이 내외빈을 초청해 '거꾸로 콘덴싱 보일러'를 직접 선보였지만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출시하지 않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꾸준하게 고객들의 제품 문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 제품은 현재 에너지관리공단에도 미등록된 상태다.
11월부터 다음해 1,2월이 보일러 성수기임을 감안하면 거꾸로 콘덴싱 보일러의 판매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올해 말이 될 전망이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구형 모델인 '거꾸로 타는 보일러'와 '4번 타는 보일러'다. 귀뚜라미 측은 "거꾸로 타는 보일러와 4번 타는 보일러가 인기가 높기 때문에 새 모델의 판매를 미루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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